신민영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7월 경상수지(經常收支)가 2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누적 경상수지적자가 6억4000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1분기 경상수지가 3년 만에 적자를 나타냈을 때만 해도 고유가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적자가 나타나고 8월 경상수지도 적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상수지 적자 고착화(固着化)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올해 연간 경상수지는 소폭이나마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이후 IT와 조선 등을 중심으로 상품수지흑자가 이어지고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줄어들 전망이며,계절적으로도 4분기에는 우리 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개선되어 왔다.

중기적인 시각에서 보아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초고유가나 대규모 테러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우리 나라가 다시 경상수지 적자 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만 해도 올해보다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은 흑자 흐름이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문제는 이러한 낙관적 전망이 우리 기업의 기술혁신이나 생산성 증대와 같은 긍정적인 변화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경상수지흑자는 '성장'의 이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내수위축'이라는 부정적인 요인에 의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호조보다는 국내의 수요 위축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소비와 투자가 극도로 부진해지고 이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가 대규모로 늘어난 바 있다.

반면 올 들어서는 내수가 회복되면서 경상수지가 비틀거리고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은 직접적으로 소비재와 투자재의 수입을 줄일 뿐 아니라 이들 재화(財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및 부품의 수입을 감소시키게 된다.

실제로 우리 나라 수입구조에서 원자재와 자본재는 전체 수입 중 90% 이상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고 대출이자가 상승한 점이라든가, 고용 부진으로 가계의 구매력 증가가 제한되고 있는 것도 소비 둔화로 이어져 수입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경기 둔화와 그간의 원화 절상(切上)으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낮아지지만 수입증가율이 더욱 낮아지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맥 빠지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바람직한 방향은 건전한 내수회복을 유도하여 경기를 활성화하는 가운데 상품수지 측면에서 안정적인 흑자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다.

상품수지의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품산업 등 수입대체 효과가 큰 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총투입액 가운데 중간재수입의 비중을 나타내는 수입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0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할 때 수출의 수입유발계수가 36.7%로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100달러를 수출하면 직간접적으로 유발(誘發)되는 수입액이 36.7달러에 이른다는 의미로서 부품소재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세 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개방과 경쟁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상품수지와 더불어 경상수지를 이루는 다른 한 축인 서비스수지의 적자추세가 여행수지와 사업서비스수지를 중심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경상수지는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대규모의 경상수지흑자가 지속된다는 것은 원화절상 요인이 되는 동시에 통상마찰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국제자본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환율의 국제수지조정기능이 약화된 오늘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리고 경상수지 대책은 부품소재산업 및 서비스 산업 육성이라는, 우리 나라 산업구조 개선의 지상과제와 다름없다는 사실도 명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