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남부의 '그라운드 제로'. 5년 전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WTC)가 있던 자리다.

요즘 '여기-9·11을 기념하며(Here-Remembering 9·11)'란 주제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철조망 안에는 프리덤타워와 추모시설 및 박물관을 포함해 5개의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그라운드제로를 제외하면 이미 뉴욕은 9·11의 악몽을 털어냈다.

테러로 무너진 주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은 다시 지어졌다.

추가 테러가 두려워 뉴욕을 떠났던 내로라하는 회사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

테러 후 텅 비다시피했던 맨해튼의 오피스건물도 거의 들어차고 있다.

2000년 4%에 불과했던 맨해튼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은 2003년에는 12%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6월 말에는 6%대로 낮아져 정상을 되찾았다.

그렇다고 테러의 상흔이 완전히 가신건 물론 아니다.

도처에 깔린 경찰은 '여전히 테러와의 전쟁 중'임을 느끼게 한다.

웬만한 빌딩에 들어갈 때면 공항 검색대 못지않은 까다로운 검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월가를 아예 요새화한다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9·11테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국제 질서와 미국 내 정치 지형이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전과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에서 안보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을 보면 9·11테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세계 및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전 세계 외국인 투자규모가 2001년에 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투자 의욕도 꺾였다.

국경 경계 강화와 상품유출입에 대한 검색 강화로 '세계화'조차 물건너가는 것으로 보였다.

정상을 회복하는 데는 5년이면 충분했다.

2000년 8조달러에서 2001년 7조8000억달러로 줄었던 세계 교역규모는 2005년엔 12조달러로 증가했다.

전 세계 관광객 수도 2001년 연인원 6억8800여만명에서 작년엔 8억800여만명으로 늘어났다.

역설적으로 '테러 특수'도 만들어 냈다.

9·11테러가 터지자마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2003년엔 사상 최저인 연 1.0%까지 떨어뜨렸다.

의회에서 논란을 빚던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도 탄력을 받았다.

그러니 미국 경제가 살아날 수밖에.미국 수출량이 불어난 국가들도 톡톡히 특수를 맛본 셈이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미국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의 심화'라는 부산물이 남겨졌다.

불붙은 소비 열기로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져 작년에 7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001년 3250억달러에서 올해 4410억달러로 36%나 증가한 국방비는 고스란히 재정적자로 쌓이고 있다.

9·11테러는 미국이 추진하는 세계 무역질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테러 전만해도 라틴아메리카와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테러 이후 세계 경제를 포용하는 정책으로 바뀌면서 '도하라운드'라는 다자간무역협상 카드를 꺼내든다.

그렇지만 도하라운드가 선·후진국 간의 갈등으로 협상이 중단돼 미국의 무역질서 정책을 딜레마에 빠뜨렸다.

이렇게 보면 국제 질서 못지않게 경제 부문에서도 9·11테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