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투자를 줄이고 물류시스템을 통일해야 한다.' 한·중·일 국제물류포럼에 참가한 물류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등 다른 경제권은 사실상 한 나라처럼 물류시스템이 통일돼 협력하고 있지만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은 오히려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는 따라서 앞으로 3국이 함께 살 길은 경쟁보다 협력을 지향하고 물류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류 관련 시장을 상대국 기업에 차별없이 개방하고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물류표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의 주제발표자로 참가한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은 "한국은 동북아물류중심계획,일본은 슈퍼게이트웨이 포트전략,그리고 중국은 전국연해항구발전전략 등 3국이 제각각 물류 시스템을 자급자족하는 '풀세트'형 개발전략을 취하다보니 지역 내 물류투자가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따라서 "향후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할 때는 3국 정부 간 투자 범위를 조율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비용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아울러 3국 정부가 시설 투자에는 과감한 반면 시장 개방이나 물류절차 간소화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화물 통관내역을 1개월 전부터 알려야 하고 중국은 중국의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고는 통관 자체가 안되는 등 통관상의 비효율성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물류분야는 국가의 기반시설이라는 이유로 민간이 시설투자를 하는 데 적지 않은 장애가 있다"며 "민간 기업이 자유롭게 3국에서 공동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종합물류기업인 코스코 로지스틱스의 예웨이룽 대표는 '물류 신천지'로 불리는 중국 내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예 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의 물류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현지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후 "한·일 물류기업들이 현지 물류망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과 손잡는 방식으로 현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중·일 물류 기업들이 효율적인 물류채널을 구축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에 한 목소리를 내야 물류 시스템을 통일하는 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즈키 다카오 일본 히타치물류 사장은 "화물 환적을 최대한 줄여야 3국을 오가는 화물을 더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며 "화물 운송차량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고 각국 물류시스템의 규격 표준화 등을 이뤄야 역내 물류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리 케이블 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 수송 및 관광부장도 "화물이 국경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병목현상을 최대한 줄여야 3국 간 물류에 시너지가 생길 것"이라며 "통관 절차와 문서를 간소화하고 운송시스템의 호환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국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연사들의 주제발표에 이어 벌어진 패널토론에서도 물류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황위안유팡 상하이 해사대학교 부총장은 "3국 간 물류 협력을 활성화시키려면 물류와 관련된 교육분야의 교류가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며 "3국의 물류 인재들이 각국에서 언어와 물류시스템의 특징을 배우다 보면 좀 더 쉽게 서로의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기 글로비스 전무는 "3국에 물류 상호인증제를 도입해 입출항시 신고항목을 정하고 신고 내용을 사전에 확인한 품목은 추가절차 없이 통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또 "3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다양하게 구성해 물류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고 3국 물류시스템을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실천방안도 아울러 내놓았다.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물류포럼은 3국 간 물류장관회의를 민간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행사로 장관 회의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일본에서 개최될 제2회 한·중·일 물류 장관회의에서도 차기 국제물류포럼을 동시에 개최,물류 협력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할 계획이다.

이날 열린 물류포럼에는 강길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권행석 세방 대표,김병훈 현대택배 사장,김철환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장,박철환 케이씨티시 사장,백옥인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서정호 인천항만공사 사장,이국동 한국항만물류협회 회장,이상복 범주해운 사장,장세강 동방 사장,정이기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최승락 한국통원 대표,추준석 부산항만공사 사장 등(이상 가나다순)을 비롯한 4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