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미국PGA투어 진출,그리고 통산상금 1000만달러 돌파.아시아 골퍼 가운데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 보유.'최초'라는 수식어를 여러 개 달고 다니는 프로골퍼 최경주(36·나이키골프)가 최근 한국을 다녀갔다.

명분은 국내 골프대회에 출전하는 것이었으나,불우이웃을 돕는 행사에 나가고 자선골프 이벤트를 벌이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입술이 터질 정도로 바쁜 열흘간이었지만 그는 "보람 있고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남긴 채 지난 8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하루 전인 지난 7일,그가 크리스탈밸리CC에서 라운드하는 동안 함께 골프카를 타고 다니며 짬짬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이번 방문에서도 7500만원을 수재민·결손가정돕기 성금으로 내는 등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남들을 많이 도와주었지요.

액수는 얼마나 되나요.

"잘 모릅니다.

적어놓지도 않았고,알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골프를 배울 때 여러분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는 그때 받은 것을 보답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기 때문에 그곳에서 봉사 활동을 할 기회도 많아요.

또 집사람이 교회나 이웃에서 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 가만있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움을 주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 같아요."

-입국 기자회견 때 스윙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는데.

"예전보다 간결하지만 파워풀한 스윙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바꾼 스윙을 적용한 지 열흘이 조금 지났어요.

새 코치는 '적어도 21일(3개 대회)은 지나야 새 스윙이 근육에 입력된다'고 합니다.

현재는 스윙교정의 기초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근육으로 어깨턴을 하고,히프는 더 뒤로 빼고,등판을 반듯이 하는 등 구체적으로 교정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대만족입니다.

물론 볼도 잘 맞고요.

아마 스윙교정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스코어를 낮추려면 어느 부문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쇼트게임 연습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을 많이 연습합니다.

자신이 치고 싶어 하는 것 위주로 연습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안돼요.

스코어는 쇼트게임에서 가름나기 때문이지요.

연습시간의 3분의 2를 쇼트게임에 투자해야 합니다.

예컨대 한 시간 연습한다면 40분은 웨지샷과 퍼트에 배분하라는 뜻입니다.

지루하겠지면 그 지루함과 따분함을 극복해야 스코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골프는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안되는데.

"그것은 프로나 아마추어나 마찬가지이고,골프가 인생과 닮은점 같아요.

꼭 우승하겠다거나,메달리스트가 되어야겠다거나,중요한 라운드에서 뭔가 보여주겠다거나 하면 더 안되는 것이 골프입니다.

그건 욕심 탓입니다.

욕심이 클수록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거든요.

다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잘 하고 싶은 라운드일수록 마음을 비우고 슬렁슬렁 치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그저 '평상시 스코어만 낸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이 망가지지 않는 길입니다."

-투어를 하면서 타이거 우즈와는 어떻게 지냅니까.

"만나면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입니다.

우즈한테 사인을 받아두기도 했지요.

그러나 우즈는 내 사인을 요구하지 않더군요.

그에게도 내 사인이 필요할 날이 오게끔 해줄 생각입니다.

우즈가 잘 함으로써 미국PGA투어뿐 아니라,동료 프로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골프 인기의 상당 부분이 우즈한테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목표는.

"우선 아시아 골퍼로는 최초로 투어 4승을 올리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그런 다음 메이저대회에서 '꼭' 한번 우승하겠어요.

메이저대회 우승은 나 자신의 영광이기도 하지만,그럼으로써 한국 골프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메이저타이틀을 따겠습니다.

그런 목표가 있는 만큼 앞으로 10년은 더 미국PGA투어에서 뛸 생각입니다.

지켜봐주세요."

-매년 한두 차례는 국내 대회에 출전하고 있지요.

한국 골프가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나요.

"코스를 못 빌려 대회를 못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골프장 회원들이 좀 이해하고 양보해 주었으면 좋겠고요.

1년에 일주일 정도 한국 골프 발전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또 이왕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대회유치를 생각하고 좀 길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요즘 미국PGA투어 대회 개최 코스는 전장이 7400야드를 넘는 추세거든요.

한국도 그처럼 긴 코스에서 대회를 해야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고,미국이나 유럽·일본 골프투어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글=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