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0일 "노사가 직권중재 폐지 등 다른 개혁 제도에 합의하고 (노사정이) 같이 간다는 대타협 정신으로 나온다면 한국노총의 3년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5년간 유예키로 한다는 노사 합의안을 내놓은 뒤 개혁 취지가 훼손된다는 비판이 일자 3년 유예라는 절충안을 정부에 제시해 놓은 상태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정부는 당초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1년 정도 유예한 뒤 사업장 규모별로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했다"며 "한국노총이 절충안을 제시해 (노사정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노사는 현재 조건 없는 유예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런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 시행을 위한 제도를 마련한 상태에서 유예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노동정책이 철학과 방향 설정 없이 노동계와 재계 학계의 주장에 떼밀려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노총과 재계가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시행시기를 5년 유예키로 합의한 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의 정책은 노동계 재계 학계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노총과 재계가 합의한 '5년유예'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정부는 학계가 정부의 노동개혁 훼손 등을 지적하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수용거부 쪽으로 선회했다.

이들 조항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로 오래전에 확정된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조항을 내년부터 당장 시행할지,우리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몇 년간 유예할지를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가만히 있다가 노사가 5년 유예를 합의한 뒤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뒤늦게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5년 유예→내년 시행→3년 유예→1년 유예→3년 유예 등으로 왔다갔다 하며 정책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3년 유예 쪽으로 정부 방향이 굳어지는 느낌이다.

노동부는 1년 유예방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노총에서 수정안으로 제시한 중간선인 3년 유예를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이날 "노사정이 같이 간다는 대타협정신으로 나온다면 한국노총이 수정안으로 내놓은 3년 유예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이 장관이 이날 방송 발언에 대해 이용득 위원장이 못마땅해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노동부가 또다시 노심초사하고 있을 정도다. 학계와 재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수렴한 것으로 확신한 노동부는 지금 이 위원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부가 9일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것도 한국노총의 반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