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은 최근 퇴임을 준비하면서 그다지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14일로 예정된 퇴임식은 제대로 치러지겠지만 15일 있어야 할 새 헌재소장 취임식이 현재로서는 늦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초기 '코드인사'에서 시작해 최근 절차적 하자에 대한 법리공방으로 비화되면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국회 임명동의를 둘러싼 여야대립은 국회 청문회를 끝내고 더욱 격화되면서 뚜렷한 해결책은커녕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헌재소장이 없어도 위헌법률,탄핵,정당해산,권한쟁의,헌법소원 등에 대한 재판은 진행될 수 있다.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하면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고 헌재소장이 없으면 최선임자인 주선회 재판관이 대행하면 된다.

그러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재 재판은 결정문 초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재판관 전원이 사건 심리에 필요한 절차를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평의(評議)를 거쳐야 한다. 대행체제로 재판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평의는 헌재소장이 정식 임명되기 전까지 제대로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사립학교법 헌법소원이나 FTA 관련 권한쟁의 청구 등 현안들에 대한 판결이 상당기간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회갈등을 해결하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재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우리라는 얘기다.

전 후보자의 임기를 잔여임기 3년보다 많은 6년으로 늘리려던 청와대나 후보자의 능력여부보다는 법리문제만을 따지며 어깃장을 놓는 한나라당,그리고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편법성을 지적하고 나서야 잘못을 확인한 국회 등 누구도 책임이 없다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해 1년 동안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모두 1468건. 365일로 나눌 경우 하루 평균 4건꼴로 사건이 접수될 정도로 헌재는 이제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될수록 답답하고 고통받는 쪽은 분명 국민들일 것이다.

정태웅 사회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