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다가온 '트리플위칭 데이'(지수선물,옵션,개별종목옵션 동시만기일)를 앞두고 11일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았다.

외국인이 현·선물 시장에서 매도 공세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주말 2조4000억원을 넘어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이 선물·옵션 동시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투자심리를 약화시켰다.

전문가들은 단기 매매전략으로 프로그램 거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주보다는 중형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 프로그램 매매가 변동성 자극

이날 외국인은 지수선물 매매에서 1만1286계약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1만계약 이상 순매도한 것은 지난 7월6일(1만3556계약 순매도)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도 28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20포인트 이상 힘없이 밀렸다.

선물 매도 공세로 프로그램 차익 매도도 1000억원에 달했다. 선물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전형적인 '왝더독'의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매수차익잔액 청산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어서 프로그램 매물 압력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시장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은 상황)으로 돌아서면 만기 이전이라도 프로그램 차익 매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론 대형주보다 중형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형주 하락률은 1.62%에 달했다.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하락폭이 1.16%와 0.62%에 그쳤다.

삼성전자(-2.16%) 국민은행(-2.03%) SK텔레콤(-2.2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낙폭이 비교적 컸다.

프로그램 매매가 주로 대형주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형주는 지난 한 달간 수익률에서도 약세를 보였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시가총액 101∼300위 사이의 중형주는 지난달 6.7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주(1∼100위)와 소형주(301위 이하)의 8월 수익률이 각각 4.01%와 4.45%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중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매의 향방에 따라 지수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비중 축소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해 수급 여건이 나빠진 점 등을 들어 당분간 중형주가 유망하다고 주장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짧게는 선물옵션 만기일까지,좀더 길게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까지 코스피지수는 일정 밴드 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수 관련 대형주보다는 프로그램 매매에서 자유로운 중형주가 가벼운 주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프로그램 매매가 시장 방향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의 변동성이 더 클 수 있다"며 "대형주 매매는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시 비중 확대'가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