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원칙'보다 '현실'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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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행 시기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등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 로드맵) 핵심 조항과 관련,한국노총이 수정 제시한 '조건 없는 3년 유예'를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노·정 충돌은 피하게 됐다.
○한국노총에 끌려다닌 정부
정부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핵심 쟁점의 시행 시기를 유보할 경우 노동개혁 정신이 훼손된다는 지적에 따라 절충안으로 3년 유예를 수용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최소화 방안 등을 입법화할 것을 제시했었다.
정부의 개혁 이미지를 살리는 동시에 노동계의 현실적인 주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절충안에 강력 반발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부랴부랴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자청,한국노총이 수정 제안한 '조건 없는 3년 유예'를 수용해 버렸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한국노총의 주장에 끌려다닌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 정책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방향 없이 노동계와 재계 학계의 주장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결국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번 합의에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3년 뒤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핵심 쟁점은 시행 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질 수도 있다.
○'노동개혁 실패했다'는 평가
정부는 3년 유예 수용을 노동 현장을 감안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한국노총과 재계가 지난 2일 합의한 5년 유예안에서 2년 단축함으로써 노동 개혁에 실패했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 조항이 우리의 노동 현장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시행 시기를 좀 더 일찍 유보했더라면 이 같은 혼선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노동계와 재계가 시행을 꺼린다는 점을 이미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시행 유예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복수 노조 등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한 국제 기구와 국민 등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가 전임자 수 제한 등을 3년 유예와 함께 들고 나온 것도 어느 정도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사 로드맵의 취지를 살리면서 노사합의 정신을 고려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란 얘기다.
핵심 쟁점이 합의됨에 따라 노동 현장의 혼란은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대기업 노조의 산별 전환으로 노사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노 및 노사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복수 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큰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나 시행을 유보한 조항을 또다시 연기함으로써 정부가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한국노총에 끌려다닌 정부
정부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핵심 쟁점의 시행 시기를 유보할 경우 노동개혁 정신이 훼손된다는 지적에 따라 절충안으로 3년 유예를 수용하되 전임자 임금지급 최소화 방안 등을 입법화할 것을 제시했었다.
정부의 개혁 이미지를 살리는 동시에 노동계의 현실적인 주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절충안에 강력 반발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히자 정부는 부랴부랴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자청,한국노총이 수정 제안한 '조건 없는 3년 유예'를 수용해 버렸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한국노총의 주장에 끌려다닌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 정책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방향 없이 노동계와 재계 학계의 주장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결국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이번 합의에는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3년 뒤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핵심 쟁점은 시행 시기가 상당 기간 늦춰질 수도 있다.
○'노동개혁 실패했다'는 평가
정부는 3년 유예 수용을 노동 현장을 감안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한국노총과 재계가 지난 2일 합의한 5년 유예안에서 2년 단축함으로써 노동 개혁에 실패했다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들 조항이 우리의 노동 현장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시행 시기를 좀 더 일찍 유보했더라면 이 같은 혼선을 미리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노동계와 재계가 시행을 꺼린다는 점을 이미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시행 유예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복수 노조 등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한 국제 기구와 국민 등을 의식한 측면도 없지 않다.
정부가 전임자 수 제한 등을 3년 유예와 함께 들고 나온 것도 어느 정도 원칙을 지켰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사 로드맵의 취지를 살리면서 노사합의 정신을 고려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란 얘기다.
핵심 쟁점이 합의됨에 따라 노동 현장의 혼란은 일단 막을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대기업 노조의 산별 전환으로 노사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노노 및 노사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복수 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큰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었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나 시행을 유보한 조항을 또다시 연기함으로써 정부가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