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유와 금을 중심으로 주요 상품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원자재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을 인용,11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중국이 경기 과열 억제에 나서면서 원자재 수요가 줄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가격 하락을 '주기적인 변동'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하락 본격화

원자재값의 종합지수격인 로이터 CRB지수는 5월1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8일 329.62로 9.8% 빠졌다.

이는 2001년 말부터 강세를 보여온 원자재 시장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의 원자재 지수도 4년 동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올 들어 5.1% 하락했다.

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76달러보다 15% 정도 낮은 66달러 전후로 떨어졌다. 금 현물 가격도 이날 한때 온스당 596.34달러로 하락했다. 5월만 해도 700달러를 넘었었다.

설탕 가격도 올 2월 최고치에서 40% 급락했다.

7월 최고 수준에 올랐던 콩도 15% 빠졌다. 블룸버그는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가 5월에 원자재 가격 거품 붕괴가 임박했다고 주장했다며 최근 하락세는 그런 과정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거품 붕괴론과 재 상승론

가격 하락이 계속돼 원자재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경제 성장이 둔화,수요가 가격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프레드릭 라세르 소시에떼제네랄 원자재 담당이사는 "구리 등 금속 원자재의 가격이 반토막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 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석유시장의 급격한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신문은 JP모건의 분석을 인용,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원자재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 투자된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규모가 3조달러에 달했다며 이로 인해 일부 시장에선 과열 양상이 벌어지고 있고 특히 석유시장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지금을 장기 강세장의 끝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단기적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면 매수할 기회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마이클 루이스 도이치뱅크 원자재담당은 "주식시장이 원자재 시장에 몰려있는 투자자들을 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원자재 가격 강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