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삼성전자가 개발한 'CTF(Charge Trap Flash)'기술에 대해 "세계가 뒤집어질 일"이라고 자평했다.

대용량 반도체를 만들려면 회로선폭 50나노(10억분의 1m) 미만의 극미세 공정이 필요한데 CTF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혹시 경쟁업체들이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사장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앞으로 50나노 미만의 제조공정을 채택하려는 업체들은 꼼짝없이 삼성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1999년 이후 7년 연속 '황의 법칙(1년에 2배의 집적도 향상)'을 입증해온 황창규 사장이 이제 삼성의 독자기술로 개발한 이른바 '황의 반도체'까지 선보인 셈이다.


○CTF,어떤 기술인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소자의 얼개는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컨트롤게이트 △전기를 저장하는 플로팅게이트 △배선 기능을 하는 폴리실리콘 등 3개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로는 반도체의 고용량화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데 한계가 많다.



도체를 품고 있는 플로팅게이트의 부피가 큰 데다 소자 간 정보간섭 현상이 심해 게이트 간 간격을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CTF 기술은 플로팅게이트를 없애버리고 '타노스'로 불리는 신물질(부도체)에 전기를 저장토록 함으로써 최소 크기의 소자를 구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부도체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삼성전자는 CTF 기술 개발로 향후 세계 반도체업계에 테라(1000기가)시대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현 기술로도 20나노 128기가 반도체 개발이 가능한 상황인 만큼 '128기가→256기가→512기가→1테라'의 흐름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향후 10년간 무려 25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은 궁극적으로 반도체가 인공지능에 가까운 성능을 갖게 돼 생명공학과 결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테라 시대가 열리면 반도체가 사람 두뇌를 따라잡는 일도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두뇌용량은 약 100테라.1테라의 100배지만 해마다 용량을 두 배씩 늘려가면 7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인간의 모든 기억을 플래시메모리 하나에 담을 수 있다면 인간은 선택과 판단(사고)만 하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황 사장은 이에 대해 "창조적인 생각과 가족들에게 정을 주는 일을 뺀 나머지는 모두 플래시메모리에게 맡겨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3의 물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D램 세계 1위 등극으로 한국경제 호황을 주도한 '제1의 물결'과 첨단 낸드플래시 개발로 '플래시 러시'를 선도한 '제2의 물결'에 이어 이번 CTF 기술 개발로 '제3의 물결'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로 촉발되는 나노기술 혁명이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과 정보기술(IT),생명기술(BT) 등 관련산업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날 신기술 발표를 통해 엄지 손톱 크기의 플래시메모리로 소비자 생활의 낙원을 만드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를 선언했다.

플래시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삼아 문자와 사진,음악,동영상 등 일반인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혁명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