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이후 7년 연속 '황의 법칙(반도체 집적도가 1년에 2배씩 증가)'을 입증해온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이 11일 독자개발한 'CTF(Charge Trap Flash)'라는 기술로 만든 이른바 '황의 반도체'를 선보였다.

황 사장은 CTF기술에 대해 "세계가 뒤집어질 일"이라고 자평했다.

대용량 반도체를 만들려면 회로선폭을 50나노(10억분의 1m) 미만으로 만들어야 하는 극미세 공정이 필요한데 CTF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혹시 경쟁업체들이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황 사장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결국 앞으로 50나노 미만의 제조공정을 채택하려는 업체들은 꼼짝없이 삼성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전망대로 CTF 기술을 채용한 낸드플래시의 시장 규모가 향후 10년간 2400억달러(누계치) 규모로 팽창할 경우 CTF 기술 사용에 따른 로열티 수입만 이 기간 중 60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이는 CTF 채용 낸드플래시의 절반 정도를 다른 업체들이 생산한다고 가정하고 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계산했을 경우다.


CTF,어떤 기술인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소자의 얼개는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컨트롤 게이트 △전기를 저장하는 플로팅 게이트 △배선 기능을 하는 폴리실리콘 등 3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로는 반도체의 대용량화를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데 한계가 많다.



도체를 품고 있는 플로팅 게이트의 부피가 큰 데다 소자 간 정보 간섭 현상이 심해 게이트 간 간격을 좁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CTF 기술은 플로팅 게이트를 없애 버리고 '타노스'로 불리는 신물질을 이용해 부도체에 전기를 저장토록 함으로써 최소 크기의 소자를 구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삼성전자는 CTF 기술 개발로 향후 세계 반도체업계에 테라(1000기가) 시대가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CTF 기술이라면 20나노 128기가 반도체 개발이 가능한 만큼 '황의 법칙'대로라면 '64기가→128기가→256기가→512기가→1테라'의 흐름은 필연적이라는 것.

삼성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이처럼 증가할 경우 궁극적으로 반도체가 인공지능에 가까운 성능을 갖게 돼 생명공학과 결합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테라 시대가 열리면 반도체가 사람 두뇌를 따라잡는 일도 그다지 멀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의 두뇌용량은 약 100테라.'황의 법칙'이 지속된다면 32기가를 개발한 올해부터 12년 뒤인 2018년에는 반도체 칩 하나가 인간두뇌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황창규 사장은 인공두뇌의 실현에 대해 "창조적인 생각과 가족들에게 정을 주는 일을 뺀 나머지는 모두 플래시 메모리에 맡겨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제3의 물결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 D램 세계 1위 등극으로 한국경제 호황을 주도한 '제1의 물결'과 첨단 낸드플래시 개발로 '플래시 러시'를 선도한 '제2의 물결'에 이어 이번 CTF 기술 개발로 '제3의 물결'이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로 촉발되는 나노기술 혁명이 반도체 시장뿐만 아니라 전후방 산업과 IT(정보기술),BT(생명기술) 등 관련 산업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이날 신기술 발표를 통해 엄지 손톱 크기의 플래시메모리로 소비자 생활의 낙원을 만드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를 선언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