曺明鉉 < 고려대 교수·경영학 >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간디'는 생전에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붕괴시키는 일곱 가지 요인을 든 적이 있는데 이 중 첫째로 지적한 것이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돈을 벌고자 하는 풍조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세계 유수 국가 중 한국처럼 한탕 대박의 꿈에 온 사회가 휩쓸려 다니는 나라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같은 도박에서, 작전세력이 횡행하는 주식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을 알 수 없는 벤처에서, 부동산투기에서, 그리고 로또에서 매일매일 일확천금(一攫千金)의 꿈을 좇고 있다. 언론은 방송,신문 할 것 없이 온통 재테크니 부동산테크니,대박이니 하면서 국민들에게 단번에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어리석은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대박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매우 적은 확률 속에서 찾아오는 것이 아닌가? 또한 한국에서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돈을 번 계층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운 일부 계층이었지 보통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대박이라는 것이 보통사람과는 거리가 먼 환상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국민을 계도하기 보다는 사행심(射倖心)에 불을 지피는 언론과 대박의 환상을 좇는 것이 꿈과 희망이 있는 사회라고 착각하고 이를 장려하고 있는 아무 생각 없는 정부를 지닌 한국에서는 불행하게도 많은 보통 국민들이 일상화된 한탕주의와 대박의 환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배금적 한탕주의 지향(指向)의 가장 큰 피해자가 서민계층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의 경우를 보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서민계층만 결딴이 났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수익금을 서민들을 위하여 쓰겠다고 국가가 시행하는 경륜(競輪),경마(競馬),경정(競艇),로또 등 25종에 이르는 국가가 공인하는 '도박'의 가장 큰 피해자 또한 서민들이라는 사실은 국가가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서민계층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고 있다. 양극화 타파(打破)를 외치는 현 정권 하에서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대박의 꿈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한국을 건설해야 한다. 국민들이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건강한 사회와 미래를 위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은 내가 남보다 훨씬 열심히 땀 흘려 일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지 한탕주의 혹은 도박에 의한 것은 아니어야 한다.

200여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기저(基底)에는 청교도 정신과 근로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박의 꿈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경륜 등 사행성 게임의 도박화를 막고,주식시장을 정화(淨化)하고,부동산 투기를 막는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법 제도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사회의 정치·종교 지도자들과 언론이 앞장서야 한다.

또한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감지해 제대로 작동하는 경보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행성 도박의 문제를 대통령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경보시스템의 부재(不在)를 의미한다.

특히 대통령 비서실과 수많은 참모들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가지게 한다.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을 때에도 청와대 비서실은 바다이야기라는 횟집체인과 황금성이라는 중국음식점은 호황인데 왜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야단일까라는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