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1일 변호사 출신 17명을 검사로 신규 임용했다.

특히 신임 검사의 절반 이상이 기업 등 경제관련 기관에서 실무를 익힌 경제 전문가들로 대거 포진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변호사 경력자를 영입해 관료주의적 사고와 폐쇄성을 극복한다"는 게 이들을 뽑은 법무부와 검찰의 취지다.

○검사에서 삼성으로,삼성에서 다시 검사로

삼성전자 법무팀에서 상무보 대우로 근무하던 유혁씨(38·사시36회)는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력을 지녔다.

유 검사는 1997년 서울지검에서 검사로 첫 출발을 했으며,법무부 국제법무과 등을 거쳤다.

그러다 지난해 전자공학도(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의 전공을 살려 전격적으로 삼성전자로 옮겼다.

삼성전자 법무팀에서는 유일한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반도체와 전자제품 관련 법률자문에 수시로 불려다녔으며 가로보기폰과 천지인자판 관련 소송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담당했다.

검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1년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발령지는 변호사 출신은 한동안 재야 시절 맡았던 사건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와 연고가 없는 창원지검.유 검사는 "과동기 절반이 해외에서 일하는 현실과 검사로 일하는 나 자신을 비교하며 답답함을 느껴 반은 충동에 따라 기업행을 택했다"며 "마음속으로는 한번도 검사를 그만둔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출신,경제 수사 전문화 이끈다

금융감독원 출신도 2명이나 뽑혔다.

임정근 검사(35·사시41회)는 2002년 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금감원에 입사,올해 8월까지 4년반 동안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분쟁조정실에서 분쟁조정지원팀 선임검사역으로 활동했다.

금융범죄 전문 검사가 되고 싶다는 게 임 검사의 포부.임 검사는 "금감원에서는 금융관련 불공정거래와 소비자구제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다"며 "기존에 하던 일과 많은 부분이 겹치고 전문성도 인정받을 것 같아 검사직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임 검사와 사시동기인 정재훈 검사(36·사시41회)도 금융감독원 조사국 불공정거래조사과에서 각종 불공정 거래사건과 공시위반 등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을 해왔다.

정 검사는 "금감원에 근무하면서 우회상장,상장 과정에서의 문제 등 증권 범죄의 실상을 두루 경험했다"면서 "금감원에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는 수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경부,한국은행,감사원,증권사 등 다국적군

거시경제에서부터 일상 실무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춘 경제분야 인재들을 채용한 점도 눈에 띈다.

감사원에서 10년 넘게 정부소유 금융기관 등에 대해 감사해온 윤중기 검사(39·사시35회)는 "감사원은 조사 또는 감사,검찰은 수사란 표현을 사용하지만 진실을 밝혀낸다는 점은 같다고 본다"며 "폭 넓은 사회생활을 해본 만큼 기존 업무와의 연관성을 살려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서 5년간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진호 검사는 금융전문 로펌에서 근무했으며,홍승현 검사는 사법시험 합격 전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으로 일하면서 WTO 관련 업무를 맡았다.

정유철 검사는 재경부 소속으로 자금세탁방지 국제규범 개정 등을 추진했고, 정광일 검사는 투자증권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은강 검사는 법률구조공단에서 산업재해와 국선변호 등 연간 수백건의 소송을 맡으며 공익활동을 해왔다.

김동욱·김현예·이태훈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