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옷이나 집안 인테리어를 알뜰하게 새단장하려는 'DIY(Do it yourself)족(族)'이 늘어나면서 '리폼(reform) 소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새것을 장만하는 대신 간단히 덧대고 붙이는 것만으로 새 제품을 구입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리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덕분에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등 원단·부자재 상가 일부 상인들이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완제품 수요 줄고,꾸미기용품은 매출 '쑥쑥'

불요불급한 물건들은 새로 사지 않고 고쳐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때문에 국내 최대 원단·부자재 상가인 동대문종합시장 상인들은 요즘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월10일 이후 약 한 달간 커튼,식탁보,쿠션 등 완제품·반완제품류의 집꾸미기 소품을 판매하는 점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20%씩 일제히 줄어든 대신 이를 간단히 리폼해 쓸 수 있는 레이스 테이프,장식구슬,패치워크(덧대는 천 조각) 등을 파는 점포는 매출이 평균 두 배 가까이 신장한 것.

동대문종합시장 지하 1층 '승민레이스'의 양미옥 사장은 "요즘 레이스 테이프를 구입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보통 1롤(30m) 단위로 도매 판매만 했는데,한 마(90cm) 단위로 끊어 팔아도 충분히 수지가 맞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0~2000원만 있으면 한 마를 살 수 있는 레이스 테이프는 옷깃이나 소매 등에 붙여 묵은 옷을 리폼하거나 커튼 자락에 달아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데 쓰인다.

'궁여지책' 아이템이 뜬다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최근 '디자인 테이프'라는 상품군의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디자인 테이프는 일반 접착테이프의 표면에 호피,만화 캐릭터,레터링(문자열) 등의 무늬를 넣은 것으로 폭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DIY족은 폭이 3cm 정도인 테이프로 금 간 화분을 고치거나 이가 나간 컵 등에 붙여 칫솔꽂이로 재활용한다.

벽지가 손상됐을 땐 도배를 다시 하는 대신 폭이 30cm인 테이프를 길게 바르기도 한다.

빈 깡통에 붙이면 사탕바구니 등 인테리어 소품으로 탈바꿈시켜 주는 '빈티지 라벨(1800년대 상품 라벨)'도 인기다.

인터넷몰 리폼퀸(www.reformqueen.com) 등에서 8장 한 묶음이 1만5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예쁜 도안을 일반 프린터로 전사지(장당 500~1000원)에 출력해 낡은 티셔츠에 다리미로 눌러 붙여 리폼하는 의류용 판박이도 '데칼포유(www.decal4u.co.kr)' 등 전문몰에서 잘 팔리고 있다.

기름때 등이 잔뜩 낀 싱크대를 바꾸는 대신 인테리어 필름을 발라 새단장하는 경우도 많다.

LG화학은 8월 초부터 현재까지 자사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이 판매하는 인테리어 필름 '베니프'의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가까이 신장했다고 밝혔다.

정영환 옥션 리빙팀장은 "가을철 새단장 시즌이 찾아왔지만 불황이라 씀씀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가정이 많아 인테리어 소품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며 "그나마 리폼용품이 잘 팔리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