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쓴맛을 본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7.나이키골프)가 다시 한번 남자대회에 도전한다.

위성미는 14일(한국시간)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파밍턴의 네머콜린 우들랜드골프장(파72.7천516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4럼버클래식에 출전한다.

지난 7, 8일 스위스에서 열린 EPGA 투어 오메가 마스터스에서 2라운드 합계 15오버파라는 어이없는 스코어를 적어내 꼴찌로 컷오프된 뒤 1주만에 남자대회에 나선 미셸 위에게 이제 컷 통과를 기대하는 전문가는 사실상 사라졌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치른 7차례 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톱 5'에 드는 등 강자의 입지를 다졌지만 남자대회에서는 최근 내리막이 뚜렷하다.

아시아프로골프 투어 SK텔레콤오픈 컷 통과는 변방 투어대회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된 데다 PGA 투어 존디어클래식 중도기권과 오메가 마스터스에서 촤악의 성적을 내면서 '더 이상 남자대회에 나서지 말라'는 주문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미셸 위는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고 한때 팬들과 전문가들에게서 받았던 기대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가 됐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올해 세 차례 남자대회에서 8라운드를 치른 그의 라운드당 평균 스코어는 74.25타. 작년 세 차례 대회에서 낸 평균 73타보다 훨씬 나빠졌다.

평가절하를 받은 SK텔레콤오픈 때 성적을 빼고 PGA 투어와 EPGA 투어 성적만 계산하면 평균 스코어는 77타로 치솟는다.

여자대회에 비해 남자대회 성적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스윙의 변화'를 꼽는다.

한때 '빅 위지'라는 별명을 얻었던 위성미의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스윙은 남자 대회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남자 선수들과 비거리 경쟁을 벌이려다 보니 스윙이 강하고 빠르게 바뀌었고 이는 결국 샷의 정확도를 크게 떨어트리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미셸 위가 출전하는 84럼버클래식에서도 선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힘겨운 비거리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머콜린 우들랜드골프장은 PGA 투어대회가 열리는 파72 코스 가운데 세 번째로 길어 장타자에게 절대 유리한 곳이다.

더구나 PGA 투어에서 비거리 상위 13명 가운데 부바 왓슨(1위), 타이거 우즈(5위)를 뺀 11명이 출전해 320∼330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뿜어낼 것으로 보인다.

퍼팅이 약점인 위성미에게 이 골프장의 커다란 그린도 좋은 성적을 내는데 장애물로 꼽힌다.

한편 여름 들어 바짝 성적을 끌어 올리고 있는 '탱크' 최경주(36.나이키골프)도 출전해 시즌 네번째 '톱10' 입상을 노린다.

최경주는 7월 US뱅크챔피언십 공동9위에 이어 지난달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공동7위를 차지하면서 시즌 상금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을 앞두고 스윙 교정에 들어간 최경주가 한동안 쉬면서 얼마나 샷을 가다듬었는 지 살펴볼 기회이다.

이 대회 우승 후보로는 비제이 싱(피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제이슨 고어, 데이비드 톰스(이상 미국), 트레버 이멜만(남아공) 등이 꼽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