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의 회사가치가 6700억원이라니 자존심 상한다."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1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김치냉장고 신제품 발표회에서 "대우일렉은 유형자산뿐 아니라 실패에서 배운 경험,해외 사업 노하우,브랜드 가치 등 무궁무진한 무형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도 비디오콘 컨소시엄이 써낸 인수희망가격 6700억원은 이 같은 무형자산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이는 유무형의 자산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외국기업에 매각한다는 헐값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 매각 대상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크아웃 기업인 대우일렉 채권단은 최근 인수가격으로 7억달러(약 6700억원)를 제시한 인도 가전업체 비디오콘 컨소시엄을 대우일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었다.

헐값 매각 논란과 함께 일고 있는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이 사장은 "기술 유출을 막을 뚜렷한 방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대우일렉이 이미 갖고 있는 범용 기술은 넘겨주되 신규 투자를 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윈-윈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그동안 회사와 노조가 기업 M&A(인수합병)에 적극 찬성했던 것은 워크아웃 기간 중 채권단의 소극적 자세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새 주인은 반드시 대우일렉에 신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선 일부 인력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이는 반드시 신규투자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이 같은 요구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나부터 사표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특히 "지난해 75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것도 투자 없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며 올해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그러나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구조조정 후 직원 수가 약 4000명으로 줄었지만 대우맨 특유의 추진력과 해외 사업 노하우 등을 보유한 우수인력들"이라며 "새 주인이 투자만 잘 해주면 그동안 치렀던 값비싼 수업료를 거둬들이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