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 대우버스글로벌.지난 13일 오후 이 공장에 들어서자 모델명이 'BF106'인 60인승 대형 버스 완성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BF106'버스는 올 연말까지 총 680대를 생산(전량 주문),이 가운데 60%를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지역에 스쿨버스용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대우버스글로벌은 내년부터 정상 가동체제를 갖추고 연간 5000여대의 일반 대형버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대우버스가 울산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은 부산 공장이 비좁았기 때문.부지를 물색하던 중 울산시가 공장부지 조성은 물론 상하수도 도시가스 진입로 등 기반시설을 모두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지체없이 울산행을 택했던 것.

대우버스는 2004년 12월 울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상북면 길천리 3만5000여평의 부지에 1371억여원을 들여 2005년 12월 일반대형버스 생산공장을 착공,지난달 15일 첫 버스를 생산했다.

울산시는 대우버스 유치로 연간 1조1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4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95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각각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가 국내외 기업유치를 통해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이란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메카로 알려져 국내외 기업들이 수년간 투자를 외면했던 울산이 시와 울산상공회의소,시민들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기업사랑운동 덕분에 국내 최대의 기업투자 지역으로 부활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은 외환위기 이전만해도 독일 바스프와 미국 듀폰 등 20개국 89개 외국인 기업이 27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외국인 투자 지역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대형 노사분규가 발생하고 공해 유발 가능성이 조금만 있는 기업은 울산에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하는 반기업 정서 탓에 외국기업들은 아예 투자 적색지대로 분류,중국 등으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이로 인해 2003년 울산시가 400억원을 들여 남구 부곡동에 외국인 투자기업단지를 조성해 놓고도 외국기업들이 철저히 외면하는 바람에 국내 기업에 조성원가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비롯한 울산 소재 대기업들도 포항과 전남지역으로 조선블록 공장 등을 이전하는 등 지역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울산시와 시민들이 기업사랑운동을 펼치며 친기업 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2003년 7월 다국적 해상물류업체인 오드펠이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 때문에 사업장 폐쇄를 검토하자 울산시와 시민들이 중재에 나서 노사 문제를 해결했다.

이에 오드펠은 240억원을 투자해 온산항을 물류기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2004년에는 소버린자산운용의 공격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SK를 위해 울산시와 울산상공회의소 등이 발벗고 나서 'SK주식 사주기운동'을 펼쳤다.

덕분에 울산은 국내 최대 기업도시로서의 옛 영광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벨기에에 본사를 둔 세계적 화학그룹인 솔베이 플루오르는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울산에 630억원을 투자해 불소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프랑스 로디아그룹 화학부문 계열사인 로디아 폴리아마이드가 5000만달러를 투자해 울산 온산공장에 에어백용 섬유의 중간 원자재 제조공장을 증설키로 했다.

또 독일의 다국적 정밀화학업체인 데쿠는 울산 석유화학 공단 내 핀란드계 과산화수소 생산라인을 인수한 뒤 생산능력을 8만t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 늘려 인근의 SKC에 공급키로 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불과 3년 사이 30개 외국인기업이 모두 1억8000만달러를 울산에 투자했다.

외국인기업 투자 건수로 비교하면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1990년대 10년간 이뤄졌던 투자 건수와 맞먹는 규모다.

올 들어 SK 삼성SDI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울산에 2조5000여억원을 투자,국내 기업들의 울산투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