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는 걱정만 해서는 풀리지 않는 문제다.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서둘러 대응하지 않는 한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저출산과 인구가족정책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은 저출산에 대한 투자가 극히 미미하다며 서둘러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빌렘 아데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사회보건과 과장은 '한국의 저출산 대비 가족정책의 발달'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대응 재정지출(2001년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1%로 OECD 회원국의 평균(1.9%)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이제는 걱정만 할 때가 아니라 과감한 투자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저출산 대책 관련 재정지출이란 가족수당 육아휴직수당 보육서비스 등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쓰는 돈을 모두 합친 것이다.

2010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새로마지 플랜'을 추진하더라도 연 평균 3조7600억원씩 투입하는 것이어서 GDP 기준으로 0.4%에 불과하다.

한국과 더불어 출산율이 낮은 국가로 꼽히는 일본은 저출산 대책 관련 재정지출 비중이 0.6%로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한국보다는 휠씬 높다.

정부 노력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한 프랑스는 GDP의 2.8%를 저출산 극복에 쓰고 있다.

아데마 과장은 여성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토록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게 저출산 극복에 관건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려야 한다며 한국에서 기혼여성의 직장생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계약직 고용의 비활성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못해 저출산 문제가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유명무실한 부모 휴가제도 △긴 노동시간 △직장에서의 차별 등도 문제점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고용·사회통합부의 로랑 코오사 통계부 부국장은 '프랑스의 출산경향 및 가족친화정책' 주제발표에서 "프랑스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과감한 투자"라며 "재정적 지원 제도가 출산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오사 부국장은 아울러 출산율 증가를 위한 관건은 전문직 여성의 출산이라며 한국이 전문직 여성의 평균 자녀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전문직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지속적으로 권장하는 동시에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합토론에선 저출산 해법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정책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중산층에서부터 급격히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어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절실하다"며 "양성평등을 달성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프랑스와 이민을 통해 다민족 문화를 정착시켜 출산율을 높인 호주의 사례를 취사선택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롤프 마히르맨 핀란드 사회보건부 부국장은 "한 국가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은 기업들만의 임무가 아니라 가정의 역할이기도 하다"며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여 가정이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면 국가의 생산성과 출산율이 동시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박수진·정인설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