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최근 전셋값 상승 원인과 관련,"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박 차관은 이날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8·31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다수의 국민이 앞으로 집값이 안 오르거나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면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전세를 구하는 수요가 늘어나게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의 발언은 전세시장 불안이 계절적 요인 외에 집값 낮추기에 따른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구조적 요인은

최근 전세난의 핵심 원인은 무엇보다 '매물 부족'에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혼부부와 이사용 등의 전세 수요는 꾸준한 데 반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촉발된 '동맥경화'라는 얘기다.



여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2주택자 등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 강화,대출 규제 등 수요억제 위주의 8·31대책과 3·30대책 등이 시행되면서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배경이다.

이로 인해 △세입자들이 여유자금이 있어도 내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고 △내년부터 세금이 중과되는 2주택자 등은 집을 처분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의 전세계약 만료기한이 다가왔는데도 신규 세입자 구하기를 늦추고 있으며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매물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쌍춘년 효과 등으로 급증한 신혼부부 등 전세 수요는 되레 늘어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싼 강북·강서권과 20평형대 소형 평형에서 이번 전세난이 촉발됐다는 분석이다.


○전세난 가중 우려

문제는 전세난이 앞으로 더욱 가중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전세난을 해결하려면 값싼 전셋집을 많이 공급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데다 정책적으로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저소득 세입자들이 주로 찾는 다세대·다가구주택 공급이 급감한 것도 전세난 가중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만 해도 2002년에 10만7952가구가 건립됐던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이후 급격히 줄어 △2003년 3만2144가구 △2004년 8535가구 △2005년 7713가구에 이어 올 들어서도 7월 말까지 6323가구 공급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착공 후 6개월 안팎이면 입주할 수 있어 지난 1~2년간 전셋값 안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지만 이제는 공급물량이 급감해 전세수급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정책 변화 있어야

전문가들은 전셋값 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금여력을 갖춘 세입자들이 내집 마련으로 방향을 틀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택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려는 정부 방침을 한시적으로 유예해 주는 것도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차병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