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호텔 숙박료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스에 따르면 뉴델리의 경우 최근 5성급 호텔 일반실(싱글룸 기준)의 하루 숙박료가 평균 310-350달러, 경제 중심지인 뭄바이는 400달러에 이른다.

첸나이도 뉴델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IT(정보기술) 중심지인 방갈로르는 무려 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호텔 숙박료의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연중 15개의 객실을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하얏트 호텔을 방당 50달러에 장기 계약해 사용했다.

그런데 재계약을 앞두고 호텔측이 방당 150달러의 터무니없는 비용을 요구하는 바람에 100달러를 제시한 `더 그랜드' 호텔로 바꿨다.

그런데 이 호텔 역시 올해 재계약을 하면서 210달러 이상을 요구했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밀고 당기기' 끝에 190달러 정도에서 합의가 됐지만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아시아나 뉴델리지사 관계자는 15일 "1년만에 다시 곱절 이상 올려달라는 요구에 완전 비상이 걸렸었다"면서 인도 상황이 이렇다는 것을 모르는 본사에서 도무지 믿으려 하지 않았고, 결국 실사팀이 현지조사를 벌인 끝에 어렵게 계약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연중 내내 객실 15개를 사용한다는 점을 집중 내세웠지만 호텔측은 25-30%의 기업할인(corporate rate)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배짱으로 일관했다"면서 "내년에는 다시 얼마를 요구할 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귀띔했다.

호텔 숙박료가 이처럼 가파르게 치솟는 것은 인도가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해외 출장자가 급증하는 반면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숙박료는 특히 성수기(11-3월)로 접어들면서 관광객이 밀려들기 시작하면 다시 30% 정도 오른다.

그나마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아예 잡을 수가 없을 정도. 5성급 호텔들은 최근 비수기에도 공실률이 20% 미만이고 성수기에는 100% 들어차고 있다.

인도호텔협회가 호텔에 대해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도 숙박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인도 호텔들이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적자에서 허덕댔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라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뉴델리에서 현재 건설되고 있는 5성급 호텔은 2개에 불과하다.

업계 소식통들은 인도에서 `영연방경기대회(커먼웰스게임)이 열리는 최소한 2010년까지는 호텔 숙박료의 수직상승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인도 대도시의 주택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델리의 바산트 비하르나 샨티니케탄 등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경우 어지간한 주택은 월 4천달러를 웃돌고 있다.

와이더댄닷컴 뉴델리지사 관계자는 "최근 이사를 하려고 집을 100군데 정도 봤는데 대부분 주택의 임대료가 20만루피(4천200달러) 이상이었다"면서 "외국인 세입자는 거의 `봉'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아예 흥정 자체가 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도 마찬가지.
기업체 출장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스트 하우스는 2004년 6월만 해도 1인당 하루 70달러였으나 지금은 통상 100달러를 내야 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간부는 현재 월 2천700달러를 내고 장기 투숙하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 이용료가 이처럼 급상승하는 것은 일단 주택 임대료가 너무 올랐는데다 대부분의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업주들은 설명했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태국에서는 5성급 호텔을 하루 100달러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값싼 여행지'라는 인도의 매력이 훼손되면서 관광산업이 크게 타격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starg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