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대회 연속 우승을 구가하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연승 행진이 예상 밖의 선수에게 가로 막혔다.

세계랭킹 77위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상금순위 41위에 불과한 숀 미킬(미국)은 15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근교의 웬트워스골프장(파72.7천308야드)에서 36홀 매치플레이로 펼쳐진 유럽프로골프(EPGA) HSBC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첫 판에서 우즈를 4홀 차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브리티시오픈, 뷰익오픈, PGA챔피언십,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도이체방크챔피언십 등 최근 2개월간 출전한 대회마다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우즈는 1회전 탈락으로 연승 행진을 마감하고 말았다.

이변이 많아 '강자의 무덤'으로 불리는 매치플레이 대회라지만 우즈의 패배는 상대가 약체인데다 경기 내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몰린 끝에 당한 것이라 다소 충격적이었다.

미킬은 2003년 PGA챔피언십을 제패해 '메이저 챔피언'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3년이 넘도록 PGA 투어에서 우승은 커녕 '톱10' 입상도 딱 3차례 뿐이었다.

단 한 번의 '대박'으로 빅이벤트 초청장을 종종 받아온 미킬이 '천하제일' 우즈를 꺾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결과는 미킬의 완승이었다.

미킬은 첫번째 홀 보기로 우즈에 뒤졌지만 3, 4, 5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숨에 2홀차로 전세를 뒤집었고 우즈가 6번홀에서 보기를 한 틈을 타 3홀차로 앞서나갔다.

아직 30홀이나 남아 있어 이런 리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미킬은 차분하게 우즈의 반격을 막아냈고 끝내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20번째홀에서 우즈가 버디를 뽑아내며 1홀차로 따라 붙었지만 미킬은 22번째홀과 25번째홀에서 버디퍼트를 집어넣으면서 3홀차 리드를 되찾았고 30번째홀인 12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미킬이 '져도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경기를 쉽게 쉽게 풀어나간 반면 우즈는 버디 퍼팅이 홀을 살짝 살짝 빗나가면서 심리적으로 쫓긴 것이 승부를 갈랐다.

4홀차는 우즈가 매치플레이에서 당한 최다홀차 패전이다.

우즈와 함께 다음 주 열리는 라이더컵에 출전하는 세계랭킹 2위 짐 퓨릭(미국)도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에 4홀차로 무릎을 꿇어 라이더컵 미국 대표팀 단장 톰 레먼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 대회에서 무려 6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던 어니 엘스(남아공)은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에게 2홀차로 져 탈락했고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폴 케이시(잉글랜드)에게 6홀차 대패를 당했다.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마이클 캠벨(뉴질랜드),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마이크 위어(캐나다) 등은 1회전의 관문을 통과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