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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디자이너] 토종캐릭터 '뿌까' 디자인 김유경 부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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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에게나 길가의 돌멩이,탁자 위의 컵과 대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감수성은 보통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빛이 바랜다.

    어느 순간이 되면 돌멩이는 돌멩이,컵은 컵일 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꼭 필요한 직업이 있다.

    캐릭터 디자이너가 그렇다.

    새콤한 미소가 돋보이는 중국집 막내딸 '뿌까' 캐릭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유경 부즈 부사장(34)은 사물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김 부사장은 책상 위에 있던 주전자에 중년 부인의 얼굴을 넣은 월트디즈니의 캐릭터 '주전자 아줌마'를 들어 보이며 말한다.

    "주전자를 아줌마로 봤으니까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지요."

    그는 캐릭터를 만들 때 캐릭터와의 대화를 통해 그 성격을 정하고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예컨대 '뿌까,너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니까 빨간 옷을 입어야겠지.그리고 남자친구 가루에게는 깜찍한 애정공세를 펼치고…"라는 식이다.

    캐릭터에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면서 표정 행동 등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곰살가운 성격의 소유자인 김유경 부사장은 취미를 어떻게 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대학 때부터 구상해 왔다.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학창시절 애니메이션과 게임광으로 지내다 졸업할 때쯤 캐릭터 사업에 눈을 떴다.

    당시 월트디즈니나 반다이 등의 외국사는 이미 캐릭터 사용권을 매매하거나 빌려주는 일로 한창 돈을 벌고 있었지만 한국에는 캐릭터 산업이라는 단어조차 없었다.

    김 부사장은 일단 팬시문구류를 만드는 작은 회사에 취직해 디자인 및 기획일을 하며 실무를 익히고 짬짬이 틈을 내 캐릭터 산업에 대한 외국서적을 읽었다.

    2년 후 1999년 그는 친형인 김부경 부즈 사장과 함께 오피스텔에 PC를 들여놓고 캐릭터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2000년 부즈는 웹을 통해 뿌까를 선보인다.

    뿌까는 인터넷망을 통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가며 2년 만에 캐릭터계의 스타가 됐다.

    뿌까는 봉제인형 휴대폰 액세서리 등 수없이 많은 제품에 찍혀 전 세계 160여국에서 판매됐다.

    뿌까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60여개국에서 상영된다.

    현재 부즈는 뿌까 로열티만 연 60억~7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캐릭터 산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일이다.

    이 같은 성공의 비결은 뿌까가 예쁘고 귀엽기 때문만은 아니다.

    뿌까는 철저한 마케팅의 산물이다.

    캐릭터 디자이너는 순수한 감성을 담아 캐릭터를 제작할 수 있어야 하지만 비즈니스 감각도 갖춰야 한다는 게 김 부사장의 지론이다.

    김 부사장에 대한 업계의 평가도 '절반은 비즈니스맨'이라는 것.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원희 대리는 "김 부사장은 영업에 대한 직관력이 뛰어나다"며 "한번 시작한 일은 무섭게 몰아붙이는 그를 보고 '잘되는 업체가 달리 잘되는 게 아니다'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이 귀띔해 준 캐릭터 비즈니스의 핵심은 네 가지다.

    △소비자 구미에 맞는 캐릭터 △상품화를 총괄할 능력 있는 에이전트 △지속적인 매뉴얼 업데이트 △상표권 관리가 그것이다.

    뿌까는 애초 유럽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소녀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소녀 이미지 덕에 크게 인기를 끌었다.

    빨강과 검정의 강렬한 색상,악동 같은 이미지도 귀엽고 순종적인 이미지의 캐릭터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갔다.

    유럽 시장 상품화 총괄을 위해 제트릭스(구 폭스키즈)와 맺은 에이전트 계약은 뿌까의 해외시장 진출력을 거의 세 배 가까이 키워놓았다.

    이른바 '짝퉁'이 활개치는 중국에서도 캐릭터제품 판매업체 두나이스가 효율적으로 상표권 침해를 막아주는 덕분에 크게 고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품화 계약을 맺은 에이전트들에 지속적으로 매뉴얼을 업데이트해 주는 일이다.

    김 부사장은 "의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처럼 캐릭터도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뿌까의 크리스마스 버전,헨젤과 그레텔 버전,한글 배경 버전을 비롯해 제품 제조 가이드라인이 담긴 매뉴얼북은 두께가 족히 15cm는 되어 보인다.

    적어도 일년에 두 번은 업데이트해 줘야 캐릭터의 생명이 오래간다는 게 김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뿌까의 후속타로 '묘앤가(토끼와 거북이)'를 선보였다.

    묘앤가는 별주부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다.

    뿌까가 10~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다면 묘앤가는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삼는다.

    그는 "캐릭터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층을 총 6개로 나누어 6개 연령층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론칭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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