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英淑 <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harmsen@korea.com >

경제 발전에 정치가 발목을 잡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미래사회에는 그런 말도 사라질지 모른다.

영국문화원2020보고서는 대의민주주의 200년 역사가 수명을 다하고 신(新)직접민주주의 또는 전자민주주의가 온다고 했다.

인터넷 휴대폰 블로그 아이팟 등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과 지구촌 단일문화로 인해 지역구 유권자들의 성향 파악이 힘들어졌다.

지역주민의 다양한 관심이나 가치관을 한 사람의 대변인,즉 국회의원이 전부 대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의견수렴은 전자투표로 하고 법 만드는 기술자가 법을 만들며 국회의원은 국민을 돌보는 사회복지사가 된다고 한다.

잡지 포린팔러시(Foreign Policy) 2005년 9~10월호에서는 정당정치의 소멸을 2040년으로 짚었다.

다양한 개개인의 힘이 댓글을 달고 1인시위로 정부와 직접 상대하기를 원해 느린 정당이나 정치인을 통해 무엇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또한 개개인이 너무 똑똑해지고 권력 지향적이어서 한 사람의 지도자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한다.

교통ㆍ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국가지도자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 많지 않아서 신비주의 같은 것이 있어 지도자를 존경했다.

하지만 교통ㆍ통신의 발달로 인구 이동이 쉬워지면서 국가지도자를 만났던 사람들은 "그 사람 내가 잘 아는데,뭐 별거 없어",혹은 "그이,내 동창이잖아.그런데 그 사람 학교 다닐 때 별 볼일 없었어"라는 식으로 지도자를 경외시(敬畏視)하는 1인 권력주의가 만연한다고 한다.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 짐데이토 교수는 결국 미래사회는 한 사람의 지도자에 만족하지 못해 "리더가 없는 리더십(leadership without leaders)"의 사회가 온다고 한다.

결국 아무도 자신보다 특별히 똑똑하거나 위대한 사람이 없어 보이면서 지도자,정권,정부의 힘이 개개인의 힘에 밀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최고의 유망주였던 40대 기수 토니 블레어도 힘이 빠지고,통합된 유럽은 사실 누가 대통령인지도 모를 정도다.

더 이상 정치 영웅이 없어지는 미래사회가 이미 온 듯하다.

인터넷 세대,즉 1990년 출생한 아이들이 이제 막 하이틴이 된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어학연수를 한두 번 다녀왔으며 이들에게 인터넷 속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들에게 정치나 정치인의 자리는 크지 않다.

조지 워싱턴대학의 미래학자이자 공학박사인 윌리엄 할랄은 15년 전부터 테크캐스트(Techcast)를 통해 뜨는 기술을 짚어낸다.

그는 지구촌 전자투표 보편화를 2012년으로 보았다.

바야흐로 인간이 돌아다니면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원시적인 방법,즉 정치나 정당의 수명이 다하는 날이 진짜 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