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의 전망을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박성태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는데요. 김승연 회장이 최근 이를 확인했죠?

기자-1> 네. 김승연 회장은 최근 전경련 회장단 모임 이후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 회장은 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나면 나머지 제조와 유통, 레저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는 비금융지주회사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생명의 주주인 일본 오릭스가 지난 6일 대한생명 주식 1억2천70만주, 지분율로는 17%를 한화그룹 계열사에 매각하는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줄곧 제기돼왔는데요. 그룹 회장인 김승연 회장이 이에 대해 처음 공개적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앵커-2> 한화가 오릭스와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는 대한생명 지분을 인수하면 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되죠?

기자-2> 네. 지난 6월 반기 기준으로 한화의 총자산은 3조7천169억원입니다. 사실상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는 한화석유화학 지분 23.94%를 비롯해 한화국토개발 지분 50%, 한화건설 100%, 한화개발 52.32%, 대한생명보험 26.3%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이들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액은 모두 1조8천442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9.6%에 해당됩니다.

간신히 50%를 넘지 않아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 있는데요. 한화가 오릭스가 가진 대생지분을 인수하고 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대생 지분 16%를 인수하면 계열사 주식가치가 한화 전체 자산의 50%를 훌쩍 넘기게 돼 지주회사에 해당됩니다.

한화는 우선 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나기 위해 오릭스 보유 지분은 한화와 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건설, 한화국토개발 등 6개 회사가 분할해 인수할 계획인데요. 그렇다고해도 올해 사업보고서가 신고되는 내년 3월에는 지주회사 요건을 피하기 힘든데다 현재 국제중재에 계류중인 예금보험공사 보유지분 17%에 대한 콜옵션이 내년 안에 행사 되면 사실상 지주회사 요건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대한생명 지분이어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됩니다. 에버랜드 사례에서 보듯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산업의 지분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요. 한화의 지주회사 설립은 이 때문에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승연 회장이 최근 공식적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앵커-3> 한화그룹이 지주회사를 하게 되면 어떤 구조를 갖게 될까요?

기자-3> 한화그룹은 우선 대한생명 지분을 물적분할해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전망입니다. 대생은 이미 신동화화재해상보험의 지분 75.27%와 대생보험심사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고 그룹의 금융 계열사의 양대축인 한화증권도 한화투신의 지분 89%와 한화기술금융 지분 75%를 가지고 있어 금융지주회사가 한화증권의 지분 30%를 인수하면 지분율 요건을 충족시킬수 있습니다. 한화석유화학과 한화종합화학 등 한화그룹이 한화증권의 지분 26.71%를 갖고 있어 지분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더욱이 현재 여권 일부에서는 지주회사 요건 완화를 위해 현행 30%인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2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한화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금융지주회사가 대한생명과 한화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다시 신동아화재와 한화투신이 손자회사가 되는 형태가 될 전망입니다.

한화그룹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서 2008년부터 시행될 자본시장 통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며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금융기관의 M&A도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4> 김승연 회장이 비금융 계열사들도 지주회사로 묶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 쪽은 어떻습니까?

기자-4> 비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은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이 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화는 한화석유화학 지분 23.94%, 한화국토개발 지분 50%와 한화건설 100%, 한화개발 52.32%를 갖고 있고 한화석유화학이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100%와 한화국토개발의 지분 50%, 그리고 한화유통의 지분 88.22%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간의 사업관련성 조항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비금융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전환도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그룹이 한화와 한화증권, 한화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상장사인데다가 주력 회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비율이 높아 다른 그룹에 비해 지주회사 전환이 용이합니다.

한가지 걸림돌은 지난 6월말 한화의 부채비율이 275%에 달한다는 점인데요. 내년에 부채비율 요건이 100%에서 200%로 완화돼도 높은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화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화건설 등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내년초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승연 회장이 공개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금융, 비금융을 망라해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최근 김승연 회장이 3년만에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는데요. 이제와는 다른 모습에서 한화그룹의 경영 스타일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바뀌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앵커-5> 네. 박성태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