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g짜리 볼을 치기 위해서는 50g의 힘만 있으면 됩니다.

황소를 때려 잡을 정도의 힘이 필요한 게 아니지요."

골판지 상자를 제조하는 ㈜삼원수출포장의 윤환병 회장(63)은 '골프 예찬가'였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생전에 했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30년 전부터 삼성물산 협력업체 모임인 '삼동회'에 참여했던 윤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골프룰과 용어를 배웠다고 한다.


"골프 규정집에 보면 1장에 에티켓이 나오고 2장에 용어,그 다음에 게임 룰이 나옵니다.

골프는 잘 치는 것보다 매너가 더 중요하지만 대부분 이를 무시하고 골프 기술만 배운 뒤 바로 골프장으로 나옵니다."

윤 회장은 골퍼로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샷이 250야드 넘게 나간다.

스윙이 깔끔하고 볼의 탄도나 구질도 프로와 비슷하다.

그는 1981년에 골프를 시작했지만 그전부터 헬스로 꾸준히 몸 관리를 해왔다.

지금도 단단한 근육질 체격을 유지하고 있다.

윤 회장은 골프 스윙에 '100% 맞는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볼을 때리는 파워나 근육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거리를 내기 위해 어떤 사람은 하체를 중요시하고 어떤 이는 상체를 이용해 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모든 골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스윙의 왕도'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은 있다.

그는 그것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올바른 그립이죠.기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립을 해야 합니다.

변칙적인 그립은 한계에 부닥치고 발전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자기 나름대로의 템포입니다.

빠르든 늦든 자신만의 스윙 템포가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마인드 컨트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는 골프를 학교 교육과목과도 자주 비교한다.

"1∼2mm라도 틀리면 볼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정확한 계산이 요구되는 '수학'을 잘 해야 합니다.

또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니까 '철학'이 중요하고 골프 클럽의 원리를 파악해야 하니 '과학'도 알아야죠.물론 체력이 필요한 '체육'도 뛰어나야 합니다."

1998년 레이크우드(옛 로얄) 클럽챔피언 출신인 윤 회장은 이 골프장 회원 가운데 핸디캡 10 이하인 '로핸디회'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골프장 운영위원에다 경기위원을 도맡아 하고 있고 캐디 교육에도 앞장서 골프장에서 '교장선생님'으로 통한다.

"'골프 비기너'라고 해서 '인생의 비기너'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골프를 잘 칠수록 더욱 겸손해지고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매너가 필요합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