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빈사상태인 6자회담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북한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을 뿌리뽑기 위한 제재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대북 제재를 유예해 달라고 암시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회담은 회담,제재는 제재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 움직임에는 미국의 우방인 호주와 일본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미국,회담은 회담,제재는 제재

미 국무부 당국자는 18일 "BDA(방코델타아시아은행) 조사는 불법 행위 단속에 관한 문제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못박고 "북한은 이를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는 구실로 삼고 있으나 우리는 사법활동을 방해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와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에는 북한이 원하는 BDA 수사 중단이나 자금동결 해제 같은 획기적 조치가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이 당국자는 "지난 7월 통과된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나 1994년 제네바 합의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방안이 하나의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북한과 맺은 제네바 합의에 따라 풀어줬던 대북 인적교류,투자,교역에 대한 제한을 원상 복귀시키는 방안이다.

◆일본,호주도 제재 가담

한편 일본 정부는 이날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과 관련 있는 북한 기업과 개인에 대해 일본 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미국에서 이미 같은 조치를 당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단천상업은행을 포함,기업 16개와 개인 1명이 대상이다.

호주도 이날 핵과 WMD를 개발해온 북한에 재정적으로 지원한 주체들에 대해 금융 제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상자 명단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회담 재개가 우선

6자회담을 되살리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선 정부는 미국에서 대북 제재가 자꾸 거론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날 "다만 정부는 제재가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상회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BDA 조사를 문의하면서 6자회담 재개 노력과 조화를 이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표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정책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한계감을 드러낸 말이다.

송 실장은 "각국의 판단과 법절차에 따라 할 수 있는 여지가 당연히 있다"며 "다만 포괄적 접근과 상호조치를 위해 제재 문제가 아우러져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