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발생한 쿠데타가 우리나라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태국의 비중이 크지 않은데다 태국의 외환보유고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고려할때 바트화 약세에 따른 우리나라 등 아시아권 통화 불안은 우려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해외 관광지인 태국으로의 여행 수요 위축으로 여행수지 적자 개선이 기대되지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무역에서 태국 비중 1%

2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태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는 27억7천1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2천86억9천만달러에서 1.3%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21억2천700만달러로 전체 수입 2천11억4천500만달러의 1.1%다.

주요 수출 품목은 철강판, 영상기기,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금.은 및 백금 등이고 주요 수입 품목은 반도체, 임산부산물, 컴퓨터, 유선통신기기, 원유 등으로 개별 수.출입 규모는 크지 않다.

그동안 전례를 볼때 태국의 쿠데타가 자국의 경제나 국제교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기 때문에 이번 쿠데타도 우리나라와의 교역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재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교역 규모가 각각 100억달러가 넘었지만 태국과의 교역 규모는 61억달러로 크지 않았다"면서 "태국 근현대사에서 경제나 국제교역에 대한 쿠데타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번 쿠데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수지 영향 제한적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태국에 대한 여행서비스 수출은 400만달러, 수입은 7천만달러로 약 6천6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6월 전체 여행수지 수출이 26억달러, 수입이 84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태국은 우리나라 여행서비스 수출의 0.15%, 수입의 0.83%를 차지하고 있다.

출국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진다.

지난해 태국 관광 목적의 출국자 수는 전체의 10%, 일반 출국자를 포함할 경우 7% 수준으로 집계됐고 올해 상반기 태국으로 출국한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44만3천명으로 중국(147만명), 일본(100만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 중국 등의 경우 일반여행은 물론 유학.연수 수요 등으로 인해 여행서비스 수입 규모 금액이 크다"면서 "태국은 일반여행객이 대부분이라 출국자 수에 비해 여행서비스 수입의 절대 금액 자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푸켓과 파타야, 방콕 등 국내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와 관광지가 있지만 태국 쿠데타 사태가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여행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류제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태국 쿠데타 사태는 국왕의 추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안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행 수요 성수기가 지났다는 점, 태국 관광이 힘들어지면 다른 지역으로 수요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체 여행수요 위축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여건 큰 변화 없을 듯

정부는 태국의 쿠데타에 따른 변화 요인들을 점검하고 있지만 이번 쿠데타가 우리나라의 대외여건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쿠데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태국 바트화의 약세로 이어지고 전체적인 아시아통화 약세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태국 바트화는 쿠데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미국 뉴욕시장에서 19일 오후 4시(현지시각)께 전날보다 1.3% 하락한 달러당 37.77바트에 거래돼 2002년 7월 이후 하루 사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신제윤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심의관은 하지만 "태국의 현재 외환보유고 수준이 1997년 환란 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고 펀더멘털(기초여건) 문제가 결부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국제금융시장이 이번 쿠데타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경제는 2002∼2004년 연평균 6.2% 성장한 뒤 쓰나미 여파와 극심한 가뭄으로 작년 성장률이 4.5%로 낮아졌지만 양호한 수준이고 현재 외환보유고(564억달러), 외채상환부담률(DSR)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잔액 비율 등 외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아세안+3(한.중.일) 국가 간의 통화스왑 등과 같은 장치들이 마련돼 있는 점도 태국의 금융불안 여파가 아시아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국제금융심의관은 "태국 바트화가 쿠데타 소식 이후 하락했지만 우리나라의 외평채 가산금리는 전날과 비슷한 보합세를 유지하는 등 외환시장에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면서 사태 진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다만 태국이 아세안의 중심 국가인 만큼 아세안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