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디자인센터.서울시가 만든 '하이 서울(Hi Seoul)' 브랜드를 공동 이용하는 중소기업 대표 3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38개 '하이 서울' 참여업체 대표들이 매월 만나 기술개발 마케팅 해외수출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정기 모임이었다.

야광 볼펜(상품명:반디)을 만드는 길라씨앤아이의 김동환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최근 거래하던 일본 바이어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약을 끊었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아 야광 볼펜 수요가 적지 않은데…"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자 사무가구 전문업체인 코아스웰 노재근 대표가 말을 받았다.

"내일 당장 샘플이랑 자료를 가져와 보세요.

내가 아는 곳에 소개를 시켜 줄 테니까…."

'하이 서울' 참여업체들이 '협동 경영'에 나서고 있다.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며 국내외 전시회에 공동으로 참가하던 수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신제품 공동 개발,기술 제휴,유통망 공유 등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

양말 프랜차이즈 '삭스탑'으로 유명한 제미유통과 '1초만에 마르는 섬유'(상품명:드라이존) 개발업체로 잘 알려진 벤텍스는 '하이 서울' 브랜드 업체로 만나 신제품 개발에 함께 나선 케이스다.

두 회사는 수분 흡수력이 뛰어난 웰빙 개념의 양말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특수 원단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현민 제미유통 전무는 "벤텍스의 고기능성 원단 기술과 전국 100여개의 삭스탑 매장을 갖고 있는 제미유통의 마케팅 파워가 결합된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아스웰와 지문인식시스템 업체인 케이코하이텍도 지문인식 잠금장치가 부착된 사무용 가구 개발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또 아파트 붙박이장에 들어가는 금고용 가구에 특수 잠금장치를 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코아스웰은 로봇게임제조 업체인 아이알로봇과 기술 제휴를 통해 '디지털 로봇 가구'도 제작할 예정이다.

문구 유통업체인 알파유통은 같은 '하이 서울' 브랜드 참여업체들의 제품 판매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화창물산의 인라인스케이트,아이온코리아의 컴퓨터 스피커,지구화학의 색연필,길라씨앤아이의 야광 볼펜 등 10여개 업체 제품이 알파유통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신제품 공동개발과 같은 높은 단계의 제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우선 엄격한 브랜드 관리를 통해 '하이 서울' 브랜드 파워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 서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수출 등 실적이 부진한 6개사를 올 상반기 브랜드 참여업체에서 제외했다.

김철수·이호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