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복지모델 스웨덴을 가다] (上) 외면 당한 좌파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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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인근 단데리드 지역에 있는 부동산업체 '아켈리우스'의 울프 옐만 총무담당 이사(62)는 20일(이하 현지시간) 길거리에서 만난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며 "한국 정부가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벤치마킹하려 한다"고 설명하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옐만 이사는 "스웨덴 경제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에릭슨과 같은 대기업들이 모두 생산 기반을 해외로 옮기고 중소기업들은 자진 폐업하는 마당에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스웨덴 모델을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의외"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는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그는 몇 가지를 물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며,산업 공동화 현상은 어느 정도인지,또 실업률과 노사관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것이었다.
기자의 대답이 끝나자 그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 "먼저 떠나는 기업부터 잡아야 해요.
스웨덴의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도 고용 기반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해외로 이주한다고 기업만 나가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인력들도 다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되면 뭘 가지고 복지국가를 건설할 겁니까"라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북유럽의 베니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스톡홀름에 선거혁명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여가 지났다.
1932년 이후 두 번의 실각을 제외하고 65년간 스웨덴을 이끌었던 사민당 정권이 지난 17일 끝난 총선에서 우파연합인 보수당에 정권을 물려주게 된 것.
정권 교체라는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톡홀름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그나마 스웨덴에 불기 시작하는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의 벤치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즐기는 노인들과 광장에서 서성대는 젊은이들,유모차를 끌고 산책에 나선 여성들의 모습에서는 여전한 '복지왕국' 스웨덴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스톡홀름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관광지 '새터말름'에 오르니 평일인데도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있었다.
데이트하러 나온 남녀들과 어디론가 삼삼오오 몰려가는 청춘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보였다.
하지만 이곳 모퉁이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스텐 간스트렘씨(59)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하지 않으려 해서 큰일"이라며 못마땅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간스트렘씨는 총선 결과에 대해 "나는 원래 사민당 지지자였지만 그들의 행태에 너무 신물이 나 이번에 보수당을 찍었다"며 "사민당은 젊은이들에게 실업 수당이라는 '마약'을 함부로 투여해 그들의 꿈을 빼앗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세대까지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 아들과 딸들이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간스트렘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선거평이다.
사민당이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복지우선 정책이 '기업 투자심리 위축→일자리 감소→실업률 상승→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실업자의 천국'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직장을 잃으면 처음 200일 동안은 이전 직장에서 벌었던 소득의 80%를 실업 수당으로 받는다.
그 후 100일 동안에는 70%를 받을 수 있다.
계속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계가 어려워지면 주택 수당과 자녀 보육 보조금도 받는다.
하지만 '천국'은 실업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의 직장인들은 의사의 진단서 없이도 1주일의 병가를 낼 수 있다.
주말을 보내고 난 뒤 월요일 아침 전화로 휴가 신청을 해도 된다.
물론 진단서가 있으면 의사가 정해 주는 요양 기간만큼 더 쉴 수 있다.
문제는 엉터리 환자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공기업 직원 신분을 갖고 있는 의사들에게 약간의 청탁을 하면 장기요양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
휴가 기간에는 월 소득의 80%가 지급된다.
첫 2주간은 회사가 부담하고 그 이후에는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다.
기업주 입장에선 도대체 언제,누구를 데리고 일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회사측은 근로자를 고용할 때 지급하는 급여의 32% 정도를 '고용주세(稅)'로 따로 납부해야 한다.
고용에 따른 세제감면 혜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별도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햄버그 스테이크 식당에서 만난 렌네 발코넨씨(39)는 "조그만 제지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높은 세금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으면 복지 재원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스웨덴)=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옐만 이사는 "스웨덴 경제가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에릭슨과 같은 대기업들이 모두 생산 기반을 해외로 옮기고 중소기업들은 자진 폐업하는 마당에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한국이 스웨덴 모델을 벤치마킹하려 한다는 게 사실이라면 의외"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는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그는 몇 가지를 물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며,산업 공동화 현상은 어느 정도인지,또 실업률과 노사관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것이었다.
기자의 대답이 끝나자 그는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듯 "먼저 떠나는 기업부터 잡아야 해요.
스웨덴의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도 고용 기반이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해외로 이주한다고 기업만 나가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인력들도 다 빠져나갑니다.
그렇게 되면 뭘 가지고 복지국가를 건설할 겁니까"라고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북유럽의 베니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스톡홀름에 선거혁명의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여가 지났다.
1932년 이후 두 번의 실각을 제외하고 65년간 스웨덴을 이끌었던 사민당 정권이 지난 17일 끝난 총선에서 우파연합인 보수당에 정권을 물려주게 된 것.
정권 교체라는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톡홀름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대화에서 그나마 스웨덴에 불기 시작하는 변화의 조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심 한복판의 벤치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즐기는 노인들과 광장에서 서성대는 젊은이들,유모차를 끌고 산책에 나선 여성들의 모습에서는 여전한 '복지왕국' 스웨덴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스톡홀름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관광지 '새터말름'에 오르니 평일인데도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 있었다.
데이트하러 나온 남녀들과 어디론가 삼삼오오 몰려가는 청춘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워보였다.
하지만 이곳 모퉁이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스텐 간스트렘씨(59)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일하지 않으려 해서 큰일"이라며 못마땅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간스트렘씨는 총선 결과에 대해 "나는 원래 사민당 지지자였지만 그들의 행태에 너무 신물이 나 이번에 보수당을 찍었다"며 "사민당은 젊은이들에게 실업 수당이라는 '마약'을 함부로 투여해 그들의 꿈을 빼앗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세대까지는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 아들과 딸들이 무엇을 하며 먹고 살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보수당은 이번 총선에서 간스트렘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는 선거평이다.
사민당이 줄기차게 밀고 나가는 복지우선 정책이 '기업 투자심리 위축→일자리 감소→실업률 상승→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스웨덴이 '실업자의 천국'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직장을 잃으면 처음 200일 동안은 이전 직장에서 벌었던 소득의 80%를 실업 수당으로 받는다.
그 후 100일 동안에는 70%를 받을 수 있다.
계속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계가 어려워지면 주택 수당과 자녀 보육 보조금도 받는다.
하지만 '천국'은 실업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스웨덴의 직장인들은 의사의 진단서 없이도 1주일의 병가를 낼 수 있다.
주말을 보내고 난 뒤 월요일 아침 전화로 휴가 신청을 해도 된다.
물론 진단서가 있으면 의사가 정해 주는 요양 기간만큼 더 쉴 수 있다.
문제는 엉터리 환자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공기업 직원 신분을 갖고 있는 의사들에게 약간의 청탁을 하면 장기요양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
휴가 기간에는 월 소득의 80%가 지급된다.
첫 2주간은 회사가 부담하고 그 이후에는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다.
기업주 입장에선 도대체 언제,누구를 데리고 일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회사측은 근로자를 고용할 때 지급하는 급여의 32% 정도를 '고용주세(稅)'로 따로 납부해야 한다.
고용에 따른 세제감면 혜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별도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햄버그 스테이크 식당에서 만난 렌네 발코넨씨(39)는 "조그만 제지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높은 세금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힌다"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으면 복지 재원은 머지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스웨덴)=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