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로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계개편 논의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민주대연합','보수대연합','영호남대연합' 등 다양한 인수합병(M&A) 카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대정당들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주당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불가근 불가원' 전략으로 정계개편의 중심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두고 여야 정치세력들이 저마다의 셈법에 따라 '빅뱅'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김근태·강재섭 신경전=지도부 차원에서 정계개편 논의를 먼저 공식화한 곳은 열린우리당이다.

김근태 의장은 지난 20일 경기 수원과 인천에서 잇따라 가진 핵심당원연수회에서 "이대로 가면 역으로 정권교체를 당한다"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늦어도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 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계개편 논의를 자제하라고 주문해왔던 김 의장이 공개적으로,그것도 시기까지 언급해가며 정계개편 필요성을 거론했다는 점이 예사롭지않아 보인다.

여당발 '12월 정계개편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한나라당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강재섭 대표는 2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이 지지율 높은 후보가 없어 판을 흔들려고 그런 정계개편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정계개편 시도에 말려선 안되고 대연정과 개헌 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보수세력대연합뿐 아니라 영호남대연합의 가능성까지 제기해 정계개편 논의에 공세적으로 임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지역 간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며 지금부터 정책연대를 조금씩 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울타리를 튼튼히 하면서 외연을 확대해 뉴라이트 운동하는 분,민주당,국민중심당과 연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지난 1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주가올리기?=정계개편 논의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고 있는 민주당은 양당 사이를 오가며 '주가올리기'에 한창이다.

정서적으로나 정치적 색깔에서나 열린우리당과의 연대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분당 과정에서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있는데다 민주당 중심의 판을 만들기 위해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문제에서 한나라당과 정책공조를 편 게 대표적인 '등거리외교' 전략 중 하나다.

한편 한나라당 강대표의 영호남대연합론에 대해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양당이 합당하는 것은 이종교배와 같이 위험한 장난으로,어떤 괴물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