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날갯짓 따라 들리는가! 백파이프 소리

뉴질랜드는 비록 큰 나라는 아니지만 매우 다양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어딜가도 볼 거리가 넘친다.

그래서 사실 뉴질랜드에서 특별히 맘에 드는 관광지 몇 곳만을 꼽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밖에 없는 곳이 하나 있으니 바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더니든(Dunedin)이다.

더니든은 한마디로 역사와 자연이 너무나도 잘 어우러진 곳이다.

더니든은 뉴질랜드 남섬의 무역 중심지로 스코틀랜드 이민 초기에는 뉴질랜드 전체의 수도이기도 했다.

더니든이라는 이름 역시 스코틀랜드의 도시인 에든버러에서 따 온 것으로 '바닷가의 작은 에든버러'(Edinburgh)라는 뜻이다.

더니든은 빅토리아 시대의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벽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건물이 가득한 거리를 걷다보면 마치 옛날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초기 정착민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 박물관은 역사에 관심이 많던 내가 어릴 때 종종 들르던 곳이기도 했다.

더니든에는 지난 1869년에 설립된 뉴질랜드 최초의 대학이자 명문대인 오타고 대학도 있다.

유서가 깊은 대학인데다 건물 자체도 아름다와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스코틀랜드의 꼭 빼닮은 이 도시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는 스코틀랜드식 의상에 백파이프를 부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더니든 다운타운에서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태평양과 접한 오타고 반도에 도착한다.

이곳은 나의 어린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반도 끝에 있는 알바트로스(신천옹) 서식지는 전 세계를 통털어 사람의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이 새의 번식지다.

오타고 항구아래에서 배를 타고 서식지 아래로 다가가면 날개 길이만 3미터가 넘는 웅장한 이 새의 날개짓을 감상할 수 있다.

노란 눈 펭귄도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볼거리다.

아침에 먹이를 찾으러 바다로 나갔던 펭귄이 오후에 가파른 절벽위의 둥지로 기어 오르는 모습은 정말 앙증맞다.

학창시절 여름 방학 때 펭귄 관찰직원(penguin clerk)으로 일한 적도 있다.

개체 수 확인을 위해 매일 절벽위에서 펭귄의 숫자를 셋다.

또 풀속의 둥지까지 기어가 새끼들에게 인식표를 붙이는 일도 했다.

방학을 이용한 아르바이트로는 아주 멋진 일이었다.

물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곳의 명물이다.

어린시절에는 더니든 인근 해변가에 있는 거대한 모래 언덕(sandhill)에도 종종 놀러갔다.

아이들과 함께 이 언덕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게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재미 있었다.

더니든에서 북쪽에는 조금만 가면 모에라키(Moeraki)라는 곳도 있다.

지질학자이시던 아버지는 주말이면 종종 우리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으셨다.

여기는 모에라키 호박돌(Moeraki Boulders)로 유명한 곳이다.

약 6000만년이나 된 볼링공 모양의 거대한 돌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해변가에 줄지어 있는데 자연적인 침식현상으로 형성된 것이다.

마치 신들이 축구를 하고 간 자리처럼 정말 신비한 곳이다.

이곳은 경치도 좋고 멋진 카페와 레스토랑 등도 많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이 지역 특산인 레드와인의 하나인 피노누와를 맛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된다.

인근의 포도원과 포도주를 만드는 와이너리를 찾아가 직접 포도주 제조과정을 체험도 할수 있다.

아직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더니든은 나에게는 언제나 돌아가도 편히 쉴 수 있는 포근한 부모님 품과 같은 곳이다.

정리=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