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심리학의 창시자이자 프로이트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심리학자로 꼽히는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한국어판 '긍정 심리학'(김인자 옮김,물푸레)을 들고 서울에 왔다.

22일 도착하자마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23,24일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긍정 심리학' 세미나를 열고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미국 심리학회장을 역임한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하는 폭스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자기 안의 긍정적인 감성과 장점을 살리고 최대 잠재력을 키워 진정한 행복의 본령에 닿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긍정 심리학'은 30년간 우울증을 연구한 그가 1998년에 처음 사용한 용어.공부벌레들이 모인 하버드대의 올해 최고 인기강좌가 바로 '긍정 심리학-행복론'이고 미국 100개 이상의 대학에 강좌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심리학이 불안·우울·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감정을 다룬 데 비해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인 정서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행복해지려면 행복에 대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시각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강점 키우기를 통해 내 안의 밝은 면을 끌어내야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그래서 "행복의 시작은 긍정적 정서"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무조건 마음을 비우라는 식의 관념적인 조언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행복을 누리는 길을 안내한다.

각자의 행복도를 측정하고 감정 상태를 점검해 긍정적인 정서를 갖도록 돕는 방법도 책에 담았다.

그의 얘기 중 수녀 연구 사례를 보자.종신서원을 하는 수녀들에게 자기소개 글을 부탁했을 때 '참으로 행복하다'든지,'크나큰 기쁨' 등의 감격적인 표현을 사용한 수녀가 그렇지 않은 수녀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

활기 넘치는 수도원에서 지낸 수녀들의 90%가 85세까지 산 반면 무미건조하게 지낸 수녀들은 34%만 85세를 넘겼다.

이처럼 긍정적인 태도가 행복한 삶에 미치는 영향은 밀스대학 1960년도 졸업생 141명을 대상으로 30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졸업앨범에서 3명을 제외한 여학생이 웃고 있었는데 그 중 '뒤셴 미소'(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짜 미소)를 띤 사람은 절반 정도였다.

이 여학생들이 27세,47세,52세가 됐을 때 결혼이나 생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역시 뒤셴 미소를 짓고 있던 여학생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또 눈 내리는 날 버스를 타고 가다 도로에서 눈을 치우는 할머니를 보고 내려서 도와준 학생을 예로 들면서 친절과 베풂 같은 긍정성이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안락한 삶은 샴페인을 마시거나 고급 승용차로 드라이브하면서 누릴 수 있습니다.하지만 행복한 삶은 참된 행복과 큰 만족을 얻기 위해 날마다 자신의 대표적인 강점을 활용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414쪽,1만48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