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의 '윌'은 2000년 소비자들에게 '위장에 좋은 유산균 발효유'라는 컨셉트를 제시하면서 출시됐다.

기존의 유산균 발효유가 장 건강에 맞춰진 제품이라면 '윌'은 위까지 발효유의 영역을 확대했다.

이 제품은 유산균이 위장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기능성이 알려지면서 출시 1개월 만에 하루 30만개 이상씩 팔려나갔다.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실제로 '윌'의 기능성은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됐다.

윌을 위염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21명에게 하루 400㎖씩 4주간 음용시킨 결과 18명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때부터 '윌'은 한국야쿠르트는 물론 한국 유제품 시장의 간판 스타로 부상한다.

윌은 현재 하루 70만개 이상 판매되는 빅히트 제품으로 자리잡았고,단일 제품으로 매년 2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는 한국야쿠르트의 '효자'다.

이 회사 전체 매출의 5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윌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12억병이 판매돼 1조2000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렸다.

1000원짜리 제품으로 1조원 이상 판매된 보기 드문 기록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팔린 가로 11.7cm짜리 윌을 옆으로 누이면 지구를 세 바퀴 반 돌릴 수 있다고 한다.

'윌'이 성공을 거둔 요인은 명확한 컨셉트와 뛰어난 제품력에다 한국야쿠르트 특유의 판매조직인 '야쿠르트 아줌마'를 동원한 발품 마케팅이 보태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2000년 당시에는 유산균 발효유는 단지 장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인식돼 있었을 뿐인데,한국야쿠르트는 이러한 상식을 과감히 깨뜨리며 계획 단계에서부터 장 건강보다는 위 건강에 초점을 맞춘 '윌'을 선보인 것이다.

한국인 성인의 75%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으며,위암이 단일 질환으로는 최고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위염과 위궤양 등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제품의 컨셉트가 고객들에게 먹혀든 것이다.

여기에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와 효능을 전국 1만3000여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일일이 소비자를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설득한 덕분에 단기간에 엄청난 판매액을 올릴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되는 제품은 운도 따르는 모양이다.

2001년부터 광고모델로 기용됐던 배리 마셜 박사가 지난해 10월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덕분에 '노벨상 요구르트'라는 별칭을 얻으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말부터 하루 평균 판매량이 65만개에서 70만개로 올라섰다.

'윌'은 식품업계 전반에 걸쳐 기능성 제품 개발경쟁에 불을 붙이는 파이어니어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