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복지모델 스웨덴을 가다] (下) "실업률 못잡으면 국민이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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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웬덴 내각엔 '평등부(Ministry of Equality)'가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가족부처럼 고용과 재산분배 등에 관한 남녀 평등문제 외에 외국인,장애인,근로자,실업자,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모든 일을 50 대 50으로 공평하게 처리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처럼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분위기에서 보수당 정권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몰고올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시장주의 경제시스템 도입에 많은 국민들은 '기대 반,걱정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감세(減稅)를 통해 기업들의 의욕을 되살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동의하지만 오랫동안 유지돼온 세제의 틀을 통째로 바꾸는 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 의료 노인복지 등의 분야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공약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기류가 존재한다.
◆개혁과 반발
차기 총리로 부상하고 있는 보수당 당수 프레드릭 라인펠트는 사민당 지지자들의 이 같은 불안 심리를 의식해 "보수당은 스웨덴의 새로운 노동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파식 급진적인 개혁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당이 선거공약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사민당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치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EU(유럽연합)와의 접점이 갈수록 멀어지면서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요소로 실업난 해소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차기 스톡홀름 시장에 당선된 보수당의 크리스티나 악센 올보는 "실업률을 잡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정권은 우선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에 부과되고 있는 고용주세(근로자 소득의 32%)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6∼24세 사이의 젊은이를 고용할 때는 고용주세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보수당 정권은 특히 중소기업들이 좋은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고용법상의 말썽 많은 '후입선출(後入先出):인력 감축 시 가장 늦게 입사한 사원부터 해고하는 원칙)'조항을 폐기하고 정년 조항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등 보다 유연한 고용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보수당의 고용정책 방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민당 정권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온 전국노동조합연맹(LO)의 여성 지도자 완저 런드바이 웨딘 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지난 22일 신문 기고를 통해 "노동법에 대한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사회 제반분야의 균형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오너십 지원하라
이 같은 상황에서 스웨덴 경제계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대신 고용 여력과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벤처기업을 얼마나 빨리 육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향후 보수당 정권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기업을 운영하는 데 따른 각종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특히 보유주식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어떤 형태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웨덴 무역위원회의 마우로 고조 수석연구위원은 "스웨덴의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높은 재산세 때문에 보유 지분을 일찌감치 벤처 펀드에 팔아넘긴다"며 "지분이 줄어들고 나면 오너십에 대한 집념이 약해져 아무래도 성장 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경제는 이제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다.
평등과 복지 대신 경쟁과 효율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되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숙한 경제시스템에 뛰어난 산업인프라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진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고(高)실업률과 대기업의 해외 탈출,중소기업의 자진 폐업 등 스웨덴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과 의지로 축약된다.
사민당 정부는 지난해 중소 기업인들의 오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상속세를 전격 폐지하는 단안을 내렸다.
내각에 평등부를 두고 있는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국민들은 "체계적인 비전을 동반하지 못한 정치적이고 즉흥적인 발상"이라는 이유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정권 교체를 불러온 이번 스웨덴 총선 결과는 '스웨덴식 복지모델'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경제에 실패한 위정자들에 대한 응징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스톡홀름(스웨덴)=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우리나라의 여성가족부처럼 고용과 재산분배 등에 관한 남녀 평등문제 외에 외국인,장애인,근로자,실업자,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모든 일을 50 대 50으로 공평하게 처리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처럼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분위기에서 보수당 정권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몰고올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시장주의 경제시스템 도입에 많은 국민들은 '기대 반,걱정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감세(減稅)를 통해 기업들의 의욕을 되살리고 실업률을 낮추는 데는 동의하지만 오랫동안 유지돼온 세제의 틀을 통째로 바꾸는 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 의료 노인복지 등의 분야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공약 역시 가난한 사람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기류가 존재한다.
◆개혁과 반발
차기 총리로 부상하고 있는 보수당 당수 프레드릭 라인펠트는 사민당 지지자들의 이 같은 불안 심리를 의식해 "보수당은 스웨덴의 새로운 노동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파식 급진적인 개혁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수당이 선거공약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사민당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치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EU(유럽연합)와의 접점이 갈수록 멀어지면서 경제시스템을 개혁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권의 성패를 가늠할 요소로 실업난 해소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차기 스톡홀름 시장에 당선된 보수당의 크리스티나 악센 올보는 "실업률을 잡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정권은 우선 새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에 부과되고 있는 고용주세(근로자 소득의 32%)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16∼24세 사이의 젊은이를 고용할 때는 고용주세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보수당 정권은 특히 중소기업들이 좋은 인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고용법상의 말썽 많은 '후입선출(後入先出):인력 감축 시 가장 늦게 입사한 사원부터 해고하는 원칙)'조항을 폐기하고 정년 조항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등 보다 유연한 고용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보수당의 고용정책 방향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민당 정권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온 전국노동조합연맹(LO)의 여성 지도자 완저 런드바이 웨딘 위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지난 22일 신문 기고를 통해 "노동법에 대한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훼손되거나 사회 제반분야의 균형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 오너십 지원하라
이 같은 상황에서 스웨덴 경제계는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 대신 고용 여력과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벤처기업을 얼마나 빨리 육성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향후 보수당 정권의 운명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선 기업을 운영하는 데 따른 각종 세금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특히 보유주식에 부과되는 재산세는 어떤 형태로든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웨덴 무역위원회의 마우로 고조 수석연구위원은 "스웨덴의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높은 재산세 때문에 보유 지분을 일찌감치 벤처 펀드에 팔아넘긴다"며 "지분이 줄어들고 나면 오너십에 대한 집념이 약해져 아무래도 성장 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경제는 이제 새로운 실험대에 올랐다.
평등과 복지 대신 경쟁과 효율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되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숙한 경제시스템에 뛰어난 산업인프라까지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진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고(高)실업률과 대기업의 해외 탈출,중소기업의 자진 폐업 등 스웨덴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과 의지로 축약된다.
사민당 정부는 지난해 중소 기업인들의 오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상속세를 전격 폐지하는 단안을 내렸다.
내각에 평등부를 두고 있는 정부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때가 너무 늦었다.
국민들은 "체계적인 비전을 동반하지 못한 정치적이고 즉흥적인 발상"이라는 이유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정권 교체를 불러온 이번 스웨덴 총선 결과는 '스웨덴식 복지모델'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경제에 실패한 위정자들에 대한 응징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스톡홀름(스웨덴)=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