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릴리는 2004년부터 미 PGA(프로골프협회) 투어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이 대회는 릴리가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이름을 따서 '시알리스 웨스턴 오픈'으로 불리며, 올해에는 지난 7월 초 일리노이주의 코그 힐 G&CC에서 열렸다.

릴리는 대회 후원을 통해 20만명 정도의 갤러리와 TV시청자들에게 시알리스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수천만달러의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한국에서 이 의약품을 알릴 만한 방도가 마땅찮다. 릴리 한국법인은 지난 5월 한 신문에 시알리스 홍보대사인 가수 홍서범·조갑경 부부를 내세워 "발기부전은 치료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광고를 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경고조치를 받고 혼쭐이 났다.

릴리가 제재를 받은 것은 약사법의 규제조항 때문이다. 시알리스처럼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대중 매체를 통해 광고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수개월 판매정지 또는 수천만원의 과징금을 내도록 돼 있다.

동아제약이 최근 이 규제에 '희생'돼 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을 놓고 제약업계에 새삼스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몇개 일간지에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의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공고를 냈다가 곧바로 철퇴를 맞았다.

공고 문안 가운데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내 최초 발기부전치료제-자이데나'라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식약청은 공고에 제품명을 표기한 것은 명백한 약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한 것은 국민들이 정확한 지식 없이 약에 접근하거나 오·남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다.

하기야 전문의약품이라는 것은 필요한 경우에, 최소한으로 복용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를 놓고 의약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 접근을 막아 '알 권리'를 제한하는 지나친 규제라고 보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서는 여러 제약회사들이 내놓은 약들 가운데 적절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빼앗는 조치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외국에서는 어떤가.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은 1985년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중광고를 일부 허용한 데 이어 97년에는 규제의 폭을 줄였다.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릴리와 같은 미국 제약회사들이 스포츠대회에 의약품 이름을 달고 후원하거나 대중매체에 의약품 광고를 실어 약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의약품 광고의 경우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문구와 사용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이 달려 있다.

동아제약은 식약청의 과징금 제재를 수용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최소한 무슨 의약품의 임상시험인지 정도는 알려야 지원자들이 신청을 해도 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이런 '지나친 규제'가 기업의 일상적 마케팅 활동마저 위축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 관계자들은 생각해볼 때다.

윤진식 과학벤처중기부장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