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부다페스트 서부역 앞 지하도.연중 수십명의 노숙자들이 거처하는 이 곳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

부다페스트 케젤렘 교회 신성학 목사(43)와 부인 최성옥씨(43).양손에는 헝가리 전통 수프인 구야쉬가 가득 든 국통이 들려있다.

지난 2000년 선교 목적으로 이 곳에 온 신 목사 부부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노숙자와 걸인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노숙자들이 거리에 앉아 식사하는 동안 신 목사는 부인의 신시사이저 연주에 맞춰 남저음 목청으로 찬송가를 부른다.

부다페스트에 오기 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페라를 전공했던 그의 찬송가가 지하도에 울려 퍼지면 지나가던 행인들도 이내 발걸음을 멈춘다.

신 목사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몇 년 전 우연히 방문한 부다페스트 근교의 집시 마을에서 이들의 비참한 삶을 목격한 뒤 이들을 돕기로 결심한 것.그 결과 2003년과 2004년 두 차례 자선 음악회를 열어 집시 마을 2곳의 1500명에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했다. 신 목사의 활동에 감동한 리스트음대 교수들의 도움으로 그는 내달 7일 리스트 음대에서 세 번째 음악회를 연다.

수년 전 겨울,매일 만나 국을 퍼주던 절친한 노숙자가 "코트가 필요하다"고 말해 갖다 주겠다고 했는데 며칠 뒤 추위에 얼어 죽었을 때 그는 "사랑은 절대 미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노숙자에 이어 집시들을 삶의 동반자로 삼은 신 목사는 유럽의 '밥퍼 목사'라는 표현에 "모든 목사와 모든 기독교인이 밥퍼 목사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