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相鐵 < 산업기술대 교수·산업기술정책 >

혁신이 시대의 화두(話頭)가 된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가장 눈에 띄는 사회현상이다.

'국민의 정부'시대에는 IMF관리체제로 인해 국민의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혁신적 변화보다는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모든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겪어야 했던 금융위기와 현재 정부 기업 학계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혁신활동은 모두 1980년대 말 이데올로기 시대의 해체와 더불어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근원은 같다.

경제의 세계화 과정은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그 외연(外延)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가 간 경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과거 국가간 경쟁은 특정지역에서 양국간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현재는 다자간 경쟁이 세계시장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본 기술 고급인력의 이동이 원활해졌으며 국경의 의미도 최소화됐다.

동시에 자본 기술 고급인력이 특정지역을 선호하고 유출입되는 과정에서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돼 국가경쟁력뿐만 아니라 지역경쟁력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환경에 발맞춰 구미 선진국은 이미 80년대부터 혁신클러스터를 위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지역특화산업을 기초로 한 전략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켰다.

우리나라도 참여정부 이후 국가균형발전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국가산업단지에 생산기능과 연구개발기능을 결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도약하는 국가발전전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구축하려는 지역혁신클러스터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참여정부가 지정한 7개 시범 지역혁신클러스터와 대덕연구개발 특구에서 진행 중인 우수사례를 평가하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문제점과 성장가능성,경영환경 변화 등을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선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혁신클러스터 내 다수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오랫동안 수직적 하청관계를 맺고 있어 자체 연구기술개발 능력과 세계시장 개척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공생(共生)관계가 고착화 된 상태여서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향상에 장애적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비해 비록 소수지만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연구기술개발 활동을 통해 세계시장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이 있다는 건 희망이다.

이들 기업은 기술개발력을 바탕으로 핵심부품 혹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와 함께 국가산업단지를 관리해온 산업단지공단이 지역혁신환경을 창출하는 매개체로서 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을 연계시키는 지원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는 기존 국가관리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기업의 고충과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브로커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혁신클러스터는 19세기 이후 산업단지,산업클러스터 등의 진화과정을 겪으면서 발전되어 왔다.

혁신클러스터와 기존 산업단지 및 산업클러스터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전자(前者)는 연구개발 활동,세계시장 개척 등에 경영전략을 최우선하는 반면,후자(後者)는 생산원가절감,고용창출 등에 경영전략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혁신클러스터가 성장 동력이 강력하고 지속성장의 가능성도 큰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경제의 공룡으로 표현되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경제의 세계화 과정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혁신클러스터 내 기술집약적 중소기업 활성화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