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해 일본기업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노·사·정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한국 노사관계는 후진적이고 노조는 전투적이라는 이미지를 완화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한 까닭이다.

그의 국가IR 참여는 지난 6월의 뉴욕 행사에 이어 두 번째 이뤄지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위원장은 이번 행사에서 "노동운동의 목적이 임금인상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노사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망설인다면 이제 그런 걱정은 털어버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만일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한국노총이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약속까지 보탰다고 한다.

한국 노조라고 하면 불법파업과 과격시위를 연상하는 일본기업인들에겐 다소 의외(意外)이자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게 틀림없다.

사실 일본 기업인들에게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주저없이 전투적 노조를 꼽는다.

일본 언론에 비치는 한국노조의 모습은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쇠파이프나 각목을 휘두르는 광경뿐이라는 것이다.

형편이 이러하고 보면 이들의 인식을 바꿔 동남아나 중국 등지로 빠져나가는 투자를 한국으로 돌리게 하는 것 만큼 시급한 일도 없다.

특히 일본은 부품 소재산업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이 위원장의 행보는 투쟁 일변도 노선을 버리고 합리적 노동운동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념에 치우치고 내 주머니 채우기식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노동운동 풍토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늘리고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 운동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최대 요인으로 후진적 노사관계가 꼽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합리적 노선의 착근(着根)은 정말 시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은 얼마전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노사로드맵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또다시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을 뿐 아니라 이번엔 도쿄 행사장 앞에서 원정시위까지 벌이겠단다. 어느 쪽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나라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