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명맥 이어지나.

최근 금융사 간 영역 파괴로 금융업계가 무한경쟁 시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불종금과 금호종금 등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종금사들의 활로 찾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30개에 달했던 종금사는 대부분 정리되고 2개사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몸집이 작아 그나마 설 자리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업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험대에 오른 종금사들이 자력으로 살아남기 위해 변신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불종금은 대주주 변동을 계기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는 이달 초 프랑스 소시에떼 제네랄(SG) 그룹과 한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한불종금 지분 70.17%를 인수키로 했다.

한불종금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인 기업 대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한불종금은 SG의 보수적인 경영으로 대출 영업만 제한적으로밖에 할 수 없었다.

재계 순위 10위권 안팎인 모 그룹들에도 대출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불종금 관계자는 "SG는 국채 투자 외에는 다른 영업을 거의 할 수 없게 했다"며 "메리츠그룹이 대주주가 됨에 따라 본업인 대출 영업을 통해 수익을 거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학적인 대출 리스크 심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불이 공격적으로 기업 대출에 나서면 성장성 있는 기업들의 자금 융통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불종금은 또 자본시장 통합법을 정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에 종금사 영업 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공식 의견서를 최근 전달했다.

2008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본시장 통합법에서 종금사들에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달라는 게 그 요지다.

한불종금은 "2001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고쳐 증권사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했으면서도 종금법 시행령은 고치지 않아 종금사에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게 한 것은 금융회사 경계를 없애는 자본시장 통합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호종금은 증권업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4개의 지점을 보유한 금호종금은 6000억원대의 수신액과 4000억원에 가까운 여신액을 기록하고 있어 영업 면에서 오히려 한불종금보다 낫다는 평가다.

금호종금은 현재 예금과 대출 업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업 영역을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금호그룹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해 내년 초 증권사 인수나 금호종금 확대 개편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금호종금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맞춰 규모를 어떻게 키워 나가느냐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증권업 쪽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