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체 등 5700개 첨단 벤처기업들이 입주하며 디지털밸리로 상전벽해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의 아파트형 공장 건설로 성공한 두 전문 건설업체의 닮은꼴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이곳의 아파트형 공장 3분의 1가량을 지은 에이스종합건설과 대륭종합건설. 두 회사는 후발주자로 건설업에 참여했지만 아파트형 공장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내 집중 공략함으로써 10여년 만에 연매출 2000억원대를 바라보는 중견회사로 성장했다.


양사 디지털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 21개 지어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아파트형 공장은 20여개 건설업체가 참여해 올해 말까지 총 66개를 짓는다. 이 중 21개가 두 회사의 작품. 에이스가 11개,대륭이 10개다. 비율로 따져 31.8%. 다른 업체들이 평균 3∼4개를 짓는 데 그친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디지털단지를 관리하는 공단 관계자는 "두 회사는 단층짜리 공장들과 연기나는 굴뚝으로 대변되던 구로공단을 첨단 디지털밸리로 변화시킨 사실상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가 아파트형 공장 건축에 본격 뛰어든 것은 1990년대 중반. 당시 공단은 유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입주 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면서 군데군데 불 꺼진 공장들로 스산한 분위기였다.

정부는 이에 구로공단을 벤처·연구개발(R&D)·지식산업 중심의 첨단 산업단지로 개편키로 하고 아파트형 공장 건축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설렁탕 전략으로 한우물 파

당시 작은 공장 건축업체와 주택업체를 각각 운영하고 있던 이환근 대륭 대표(59)와 원수연 에이스 대표(53)에게 구로공단 첨단화 계획은 성장에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국내 중견기업에서 건설과는 무관한 일을 하다 41세에 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1988년 대륭을 설립하며 반월·시화공단의 조그만 공장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서울공고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인 원 대표는 28세에 주택사업이 비전이 있다고 판단,1981년 친구들과 함께 개인 주택사업을 시작하고 이어 1995년 에이스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1997년 사업을 시작할 때 아파트형 공장보다 아파트 건설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후발주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틈새 시장 공략 전략을 공통적으로 구사했다.

원 대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직원이 6명뿐이었고 따라서 아파트형 공장을 선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설렁탕 메뉴 하나만으로 유명한 식당이 될 수 있듯이 건설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게 원 대표와 이 대표 모두의 지론이다.

분양률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아

전문성에 바탕을 둔 설렁탕 전략은 두 회사에 아파트형 공장 분야에서는 '명품' 업체라는 명성을 안겨줬다. 이는 최근 포화 상태에 이른 아파트형 공장의 분양률이 증명하고 있다.

대륭포스트타워 3차의 경우 인근 경쟁사들의 다른 공장들보다 4~5개월 늦은 이달 초 분양에 들어갔음에도 일주일 만에 인근 경쟁사의 공장 분양률을 따라 잡았다.

현재 분양률은 80%. 에이스가 2003년 10월에 분양한 에이스하이엔드타워I은 주변 경쟁사의 60%대 분양률보다 월등히 높은 98%를 기록했다.

이러한 높은 분양률은 '고객의 요구를 가장 잘 반영한다'는 입주사들의 평가에서 비롯한다.

양사는 입주사들의 불만사항을 챙겨 뒀다 다음 번 건물을 지을 때 반드시 적용시킨다.

대륭은 8차 공장부터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중정(中庭)을 설치했고 에이스는 3차 공장부터 모든 공용 화장실에 별도의 양치 공간(덴탈존)을 설치했다.

처음 10억원 남짓한 자본금으로 책상 서너 개를 들여 놓은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한 에이스는 2004년,대륭은 2005년에 나란히 매출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원수연 대표는 "최근 중국 선양에서 좋은 땅을 싸게 줄 테니 첨단 공장을 유치시켜 달라며 이런저런 혜택을 많이 제안해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지·이상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