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첫 뉴타운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재개발예정지는 요즘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2일 성남시가 경기도가 제시한 뉴타운방식 대신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래 태평1~4동은 성남시가 2020년까지 단계별로 추진할 구시가지 정비사업(재개발)상 주거환경개선사업(태평1·2·4동)과 주택재개발지역(3동)에 속해 있었다.

이곳이 관심지역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5·31 지방선거부터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기도 뉴타운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부천 소사 등과 함께 이곳을 유망지로 꼽았기 때문이다.

재개발 예정지 4개 구역을 합치면 51만㎡(17만여평)로 뉴타운 개발면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다 현지 건축물이 워낙 낙후돼 기반시설 확보를 통한 '광역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5일 태평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일대 땅값은 최근 석 달 새 평당 300만~400만원이 뛰었다.

태평3동 단독주택의 경우 평당 1200만~14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특히 태평1동은 역세권인 데다 대로변이어서 평당 1300만~1500만원을 호가한다.

삼성공인 관계자는 "전화는 심심찮게 오는데 매물도 없고,땅값도 너무 올라 이제는 투자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 지역까지도 들먹이고 있다.

인근 제일공인 관계자는 "태평2동 병원부지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온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인근 단독주택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가 지난 22일 태평지구에 대해 뉴타운 사업방식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담당 공무원이 "뉴타운 방식은 사업성이 떨어지므로 기존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성남시청과 시의회 홈페이지에는 항의글이 쏟아졌다.

주민 황모씨(49)는 "성남시가 추진 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아직 1단계 구역도 진척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경기도가 뉴타운 사업을 주도하면 사업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실망감을 전했다.

성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뉴타운 개발방식은 오히려 주민 피해가 크다는 게 현재까지 검토 결과"라며 "뉴타운사업은 광역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대신 용적률과 고도제한을 완화해주는 게 핵심인데 성남은 얻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비행장이 있는 성남시는 층고가 45m 이하로 묶여 있어 도시재정비촉진법에 따른 인센티브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개발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10월 중 성남시 도시정비기본계획이 확정되면 재개발예정지의 지구지정을 위한 용역이 발주되고,이에 따라 뉴타운 사업시 지구지정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