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학력을 많이 따져서 힘들었지만 이젠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해 줘서 다행입니다."

중학교를 중퇴한 게 전부이지만 대학생과 외국의 대학교수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기능인이 있다.

25일 노동부의 '이달의 기능 한국인'에 선정된 박병일씨(49·CAR123정비센터 대표)는 자동차 정비에 관한 한 자타가 인정하는 스페셜리스트다.

그는 최근 중국 선양의 대학교수들에게 첨단 정비기술을 강의하고 돌아왔다.

또 베트남과 태국 등의 기능대학 교수들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박 대표의 정비센터를 찾는다.

겸임교수로 있는 충남 신성대학 자동차과에서 그의 강의는 인기 만점이다.

그는 정비 관련 특허를 9개나 가지고 있으며,직접 쓰고 번역한 정비 전문서적도 28권이나 된다.

그는 2002년 자동차정비'명장'에 선정됐고,2005년에는 산업포장을 받으며 정비분야 1인자로 꼽혔다.

그는 전통 기와장이 집안의 유복한 환경에서 화가를 꿈꾸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60년대 말 새마을운동과 함께 슬레이트 지붕이 보급되고 기와 수요가 줄면서 집안이 기울었다.

중학교 입학 2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자동차정비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우는 게 전부였습니다.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박 대표는 청계천 헌책방을 뒤지며 독학을 시작,21세이던 1978년 자동차정비사 1급 자격증을 땄다.

이듬해에는 직업교사 면허증 등 5개의 자격증을 더 땄다.

그는 자동차의 전자엔진이 국내에 소개도 되기 전인 83년 이 분야를 파고 들었다.

"3년 뒤 국산 자동차에도 전자엔진시대가 열렸지만 이 분야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그래서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강의하느라 바빴죠."

그동안 박 대표의 정비 강의를 들은 사람은 얼추 20만명이 넘는다.

99년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사회문제가 됐을 때는 사재로 자동차 5대를 구입,끝내 원인을 찾아내 건설교통부와 완성차회사에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스타가 됐다.

박 대표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 20여명을 모두 야간대학에 진학시켰다.

기능장도 3명이나 키워냈다.

지난해 말부터는 기능인회관을 건립하는 일로 바쁘다.

기능인들이 국가에서 받은 장려금을 모아 후배를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는 것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