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A씨는 지난 22일 경기도 안양시의 한 복권판매점에서 즉석식 인쇄복권인 '스피또-2000'을 구입해 1등인 10억원에 당첨됐다.

기뻐하며 은행으로 달려가 당첨금을 수령하려던 A씨는 은행 직원의 예기치 못한 말에 크게 실망했다.

복권인쇄소와 인쇄복권사업단,당첨금 지급 금융기관 등 3자 간의 검증번호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당첨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25일 국무총리실 산하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복권 인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스피또-2000' 2000만장 중 7000장의 검증번호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복권인쇄업체가 복권생성 전산 프로그램을 인쇄 시스템으로 전송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복권위 관계자는 "복권 이면의 암호가 일치해야 당첨금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암호가 틀린 복권에 대해서는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며 "나중에 법적 시비가 붙을 수는 있지만 일단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복권위는 오류가 발생한 7000장 중 1등 당첨복권이 10장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22일 오전 9시를 기해 해당 복권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전량 회수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오류 복권 7000장은 주로 경기 북부와 서부지역에 배포됐으며 현재 전체 발행 복권의 90%를 회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A씨 외에 '부당' 당첨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향후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로 피해 사례가 나타날 경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