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극장가는 여느해보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연휴기간이 길고 볼 만한 한국영화들이 외국영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일찌감치 개봉해 기선을 제압한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함께 '타짜''가문의 부활''라디오 스타' 등이 각축을 벌인다.

코미디 '잘 살아보세'와 뮤지컬영화 '구미호 가족''무도리' 등도 흥행전선에 가세했다.

외화는 장쯔이가 주연한 중국영화 '야연'과 청룽이 나선 'BB 프로젝트'등 두 편뿐이다.


★타짜

(감독 최동훈,공동제작 싸이더스FNH,영화사 참)=허영만의 만화를 토대로 만든 도박영화.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등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인다.

'범죄의 재구성'의 최동훈 감독의 치밀하고 속도감 있는 연출이 어우러져 흥행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잔혹한 장면으로 18세 이상의 성인관객들만 볼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가문의 부활

(감독 정용기,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 1,2편의 후광을 등에 업은 코미디.검사며느리를 맞아들인 조폭가문이 김치재벌로 성공하지만 적들의 음모로 인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웃음의 강도가 전편에 비해 떨어졌지만 브랜드 파워는 가장 강력하다.

김수미 탁재훈 신현준 김원희 등이 주연했다.

15세 이상.


★라디오스타

[한가위] 영화 : 스크린은 시간 도둑‥연휴가 짧다
(감독 이준익,제작 아침)=한물간 스타와 그를 뒷바라지하는 매니저의 이야기가 눈물겹도록 펼쳐진다.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능란한 연출력으로 뻔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승화시켰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영화계를 지배했던 두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관록있는 연기도 볼거리다.

12세.


★잘 살아보세

[한가위] 영화 : 스크린은 시간 도둑‥연휴가 짧다
(감독 안진우,제작 굿플레이어)=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가족계획운동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담은 코미디.웃음을 전해주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김정은과 이범수의 코믹연기는 따뜻하고 푸근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다.

12세.


★구미호 가족

[한가위] 영화 : 스크린은 시간 도둑‥연휴가 짧다
(감독 이형곤,제작 엠케이픽처스)=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구미호들이 겪는 좌충우돌 편력기.코미디와 호러 뮤지컬을 섞은 독특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한국형 뮤지컬 영화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15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감독 송해성,제작 LJ필름)=개봉 2주 만에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형수와 자살 미수 여인간의 애절한 사랑이 가슴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나영과 강동원의 매력이 10~20대 관객을 강력하게 흡입하고 있다.

15세.


★무도리

(감독 이형선,제작 싸이더스FNH)='달콤 살벌한 연인'과 '마파도'의 할아버지 버전.집단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무도리에 몰려오고 마을 할아버지들은 그들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

박인환 최주봉 등이 출연했다.

15세.


★야연

장쯔이가 주연한 중국산 무협영화.고대 중국 황실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의 드라마. 막대한 물량을 투입해 세련된 무협장면을 보여주지만 '와호장룡'과 '영웅'의 박진감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성관객에게는 엇갈린 애정 드라마가 어필할 듯 싶다.

15세.


★BB프로젝트

지난 20여년간 추석 때 찾아왔던 청룽표 액션코미디.예전에 비해 위력은 약화됐지만 약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청룽이 10년 만에 위앤뱌오(元彪)와 호흡을 맞춘 점도 오랜 팬들의 구미를 자극할 듯 싶다.

12세.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