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P2P?

P2P라는 말조차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앞에 '착한'이라는 형용사마저 붙었으니 무슨 말인지 더욱 아리송할 법 하다.

P2P란 'Peer to Peer'의 약어로 중앙 서버를 통하지 않고 개인PC끼리 직접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여기에 '착한'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것은 그만큼 '나쁜' P2P가 많다는 뜻일 텐데,'나쁜'은 결국 저작권을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각종 파일을 공유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됐던 음악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나 국내의 냅스터 격인 '소리바다'를 '나쁜' P2P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작년 11월 설립된 고려대 학내 벤처기업인 'MW스토리'의 공동대표 강한(26·수학과 4년),류대걸씨(27·수학과 4년)는 자사 P2P 프로그램인 '냐온(www.nya-on.com)'을 저작권 보호 기능을 갖춘 '착한' P2P라고 소개한다.

"기존 P2P 업체들이 사용자 간 불법 공유를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채 그에 따른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부당 이득 챙기기라고 봐야 합니다."

강 대표는 검색 필터링 등과 같이 눈가리고 아웅 식의 저작권 보호장치만을 갖고 콘텐츠를 계속 유통시키는 기존 P2P 업체들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개인 간 자유로운 정보 교류를 막는 것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죠.우리는 대신 '냐온'과 같은 P2P가 디지털 콘텐츠의 새로운 유통망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믿습니다."

착한 P2P '냐온'의 핵심기술은 콘텐츠를 공유하기 전 저작권자의 표식이 들어간 전자태그를 파일에 삽입하는 것이다.

저작권을 인정받아 전자태그를 붙이지 못하면 아예 유통이 불가능하다.

수익은 유통과정에서 점점 더 커진다.

파일 한 건을 공유할 때마다 저작권자에게 60%,공유자에게 10%의 수익이 각각 돌아간다.

서비스 사업자인 MW스토리는 나머지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오는 것.

현재 유통 중인 파일은 주로 중·고생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영화·음악 등과 같은 콘텐츠는 저작권 문제가 복잡해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저작권자가 분명한 교육업체들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유통시키고 있는 것이다.

EM캠퍼스 사이언스브릿지 브레인200(미국) 등이 주요 제휴업체들이다.

강 대표는 "최근 CJ미디어 등 대기업에서도 콘텐츠 공급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며 "이번주 초에는 인터넷 오픈 마켓인 옥션과 마케팅 제휴를 맺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업 초기 단계라 매출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수익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사업 전망도 밝은 편이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신에 넘쳐 있다.

강 대표와 류 대표 모두 현재 지도교수인 고려대 수학과 김동균 교수가 설립한 보안 관련 벤처기업에서 암호시스템 개발업무를 맡아 일한 적이 있다.

이 때가 두 사람이 1학년이던 1999년.이후에도 병역특례로 꾸준히 보안업계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관련 경력만 7년이 넘는다.

또한 지난해 제7회 정보통신 벤처창업 경진대회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하고,서울시가 선정하는 최우수 벤처 아이템으로 선정되는 등 대외적인 실력도 인정받았다.

김 교수는 "한이와 대걸이가 지난 7년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번 서비스를 내놓았다"며 "정보사회의 합법화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열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강 대표가 전하는 '냐온'이라는 이름의 배경이 재미있다.

"고양이 울음소리인 '냐옹'과 접속을 의미하는 영문 'ON'을 결합한 거죠.앞으로 고양이처럼 친근한 P2P 서비스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