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은 27일 리콜 라스테예리 앤드 어소시에이츠,크리스천 앤드 팀버스 등이 국제적 증시에 상장돼 있는 북미와 유럽,아시아지역의 300대 기업 이사회를 조사한 결과 여성 이사 비율은 9.3%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지역별로는 북미 회사의 여성 이사 비율이 15.6%로 가장 높았다.

이는 아시아 기업의 8배,유럽 기업(7.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언론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북미 기업들은 경영층에 적어도 한 사람 이상의 여성을 기용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스웨덴 회사들의 여성 이사 비율이 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캐나다는 20%,핀란드 17.6%,미국에선 14.8%를 점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1.4%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인도는 이보다는 조금 나은 1.8%를 기록했다.

최고경영자(CEO)는 더 적다.

세계 300대 상장기업에 속하는 유럽 대기업의 CEO로는 프랑스 에너지 회사인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회장이 유일하다.

북미 지역에선 3명의 여성 CEO가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의료·보건산업이나 식품회사쪽이 대부분이다.

유럽 여성 경영인의 3분의 2는 석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미국에선 주로 학사 출신이 많았다.

한편 크리스천 앤드 팀버스가 최근 펴낸 자료에 따르면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여성 CEO 수는 2001년 5명에서 최근 11명으로 늘어났다.

여성 CEO에 대한 인식이 그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들 중 6명은 식품이나 유통업체처럼 '핑크 칼라'(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일터로 뛰어든 저임금 미숙련 여성 노동자를 일컫는 말)들이 많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3명은 IT 컴퓨터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크리스천 앤드 팀버스 부회장인 브렌던 스토너는 "여성 CEO가 기업 실적을 잘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를 키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주요 첨단기술 기업과 금융회사,대기업에서 여성의 CEO 진출이 아직도 어려운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용어풀이 ]

◆유리천장(Glass Ceiling)=여성들의 고위직 승진을 가로막는 회사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뻔히 최고경영자 자리가 보이는데 그 앞에 투명한 유리천장이 가로놓여져 있다는 뜻이다.

여성 직장인이 승진할 수 있는 최대 상한선이기도 하다.

1970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처음 쓰기 시작한 표현이다.

이후 미국 정부는 유리천장위원회를 만들어 여성 차별 해소와 사회진출을 독려하고 나섰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