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기아자동차의 수도권 내 공장 증설 허용 요청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기아차가 수출 확대를 위해 경기도 광명 소하리공장의 생산라인 확대 허용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현행 법규 및 균형발전을 이유로 당분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아차가 소하리공장의 증설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장은 공장 증설 허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2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아차는 수도권 내 공장 증설 수요기업으로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언급한 8개 기업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28일 이후 수도권공장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산업자원부도 당장은 기아차를 검토대상에 올려놓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자부 관계자는 "기아차 소하리공장이 있는 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으로 분류돼 있으며 공장 증설을 허용하려면 별도의 검토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자연보전권역 성장관리권역 등으로 나뉜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르면 이 가운데 과밀억제권역과 자연보전권역에선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이 금지돼 있다.

공장 설립이 가능한 곳은 성장관리권역 뿐이며 그나마 14개 첨단업종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하이닉스가 공장증설을 요청한 경기도 이천이 자연보전권역이기 때문에 별도의 검토작업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기아차 소하리공장은 과밀억제권역이어서 범 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산자부 입장이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은 주력 생산차종이 프라이드와 그랜드카니발이며 연간 35만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프라이드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어 연간 45만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 확충이 절실하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전체 부지 규모가 18만5000평인 소하리공장은 증설에 필요한 땅을 확보하고 있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기만 하면 언제든지 라인을 확충할 수 있다.

기아차는 이 때문에 지난 25일 산자부와의 간담회 때 공장 증설 허용을 공식 요청했다.

기아차는 특히 이 지역이 공장증설이 불가능한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인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기아차가 소하리 땅을 확보한 것이 1967년인데 이보다 늦은 1971년 개발제한제도가 만들어져 증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사실상 규제를 소급해 적용하는 바람에 투자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는 공장 증설이 어렵게 되면서 공장 이전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종업원들이 문제가 되는 데다 공장을 옮기는 데 따른 기회손실이 지나치게 크다는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1980년대와 1990년대 극히 일부만 공장 증설을 허락해 주는 바람에 투자를 제때 단행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