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일간 법조계를 뜨겁게 달궜던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내분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본의 아니게 심한 말을 했다"는 해명으로 수습국면에 들어선 양상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그동안 격했던 감정 싸움이 이제 '공판중심주의'도입 여부와 관련한 논리경쟁으로 모양새만 바뀐 것 아닌가 싶다.

공판중심주의가 도입되면 현재의 수사기록 중심 재판이 법정진술 위주로 바뀌게 된다.

법조계에선 이제 공판중심주의 도입을 시간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논쟁도 결국 공판중심주의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것이다.

법원은 "대법원장의 공판중심주의 강조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며 최근의 법조 내분사태를 공판중심주의 도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도 민사사건에 이용되는 형사사건 기록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며 공판중심주의 시행방침을 밝혀 주도권을 법원에 내놓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렇지만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거창한 명분과는 달리 분란의 실상은 '엘리트'라는 법조인들이 치기어린 자존심 싸움과 주도권 다툼을 하면서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인 '선민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게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다.

법조비리 사건으로 위상이 추락한 법원과 검찰이 주요 사건에 대한 영장발부를 둘러싼 감정적인 신경전에서 시작된 내분은 그 발단부터 일반 국민이 보기에 눈꼴사나웠다.

"검사나 변호사가 달갑지 않은 동료의식을 내세운다"는 판사의 발언이나 이에 대해 "판사의 선민의식"이라고 맞붙는 검사·변호사의 격한 반응 모두 법조 내부의 힘겨루기로 보였다.

이렇듯 무작정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폄훼하고 막말을 주고받는 법조인들 태도의 근저에는 은연중에 '법조인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사고가 자리잡아 법조 내부까지 확대 적용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법조인이 국민 위에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닌 국민을 위한 서비스 조직으로 활동하길 바란다.

이번 사태가 피의자의 인권을 위해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한다는 명분처럼 법조인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새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동욱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