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내년 예산안은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시점에서 내년 대선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관심을 끌었다. 선거중립적인 내용으로 예산이 짜일지,선심성 예산안이 나올지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최선의 재원배분이라고 하지만 성장을 담보할 충분한 투자는 부족하고,민심을 끌기 위한 복지예산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복지예산 4년 만에 50% 증가

내년 복지분야 신규 사업은 독거노인을 위한 돌보미 바우처 지급 등 50건에 달한다. 사회간접자본(SOC)분야 신규 투자 건수가 15건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예산 증가율도 연구개발(R&D)분야의 10.5%에 이어 10.4%로 두 번째로 크다. 복지예산 증가율은 △2004년 6.0% 이후 △2005년 12.2% △2006년 10.3%로 3년 동안 계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예산증가율(6.4%)이나 경상성장률(6.7%)보다 높다. 이에 따라 예산 규모는 61조8000억원으로 총지출(238조5000억원)의 25.9%를 차지한다. 참여정부가 처음 들어섰을 때 복지부문 예산 41조6000억원에 비해 4년 만에 무려 48.5%가 증가한 셈이다.

◆복지-성장 선순환 가능한가

이에 대해 나성린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복지 부문이 확충되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다"면서도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코드에 맞춰 쫓기듯이 복지사업들을 쏟아내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 사업에 수조원의 예산이 낭비됐음에도 내년에도 2조3000억원 규모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급조돼 발표된 것 등이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참여정부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외치고 있지만 성장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내년도 SOC투자는 당정 협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보다 1조1000억원이 증액됐지만 올해보다 결국 2000억원 깎인 수준에서 결정됐다. 산업·중기부문 예산 역시 0.9% 증가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투자액수가 큰 폭으로 깎인 케이스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예산 편성은 긍정적이나 미래성장 동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들 부분에 대한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착화되는 적자살림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형편을 생각하지 않고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어 재정 건전성이 너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04년 처음 적자를 기록한 관리대상수지(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등을 제외한 재정수지)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폭도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006년 재정수지의 경우 2004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작성할 때만 해도 '0.6% 적자' 수준으로 예상됐으나 2005년엔 '1.3% 적자'로 수정 전망됐다가 올해는 다시 '1.7% 적자'로 전망치가 크게 조정됐다.

정부는 2010년까지 재정적자 폭을 1% 적자 수준에서 방어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이 역시 목표일 뿐"이라는 게 재정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러다 보니 외환위기 이후 발행하기 시작한 적자국채는 이제 매년 관행화돼 국가채무가 내년엔 302조9000억원,채무비율은 33.4%에 달할 전망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