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쟁점은‥"균형발전 우선" vs "경쟁력 제고 투자 절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을 28일 발표할 예정이지만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을 사실상 불허키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내 공장 설립을 요청한 8건 가운데 4건 정도는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허용되는 4건은 지방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작은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핵심 쟁점이라는 부분에서 정부의 최종 결론에 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기업의 투자 확대와 해외 탈출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201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라인 3개를 짓고,이를 통해 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고 지역균형발전 논리상 증설을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20년 넘은 논란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을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왜 증설 요청했나
하이닉스가 이번에 정부에 요청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까지 300mm웨이퍼 라인 3개를 짓기 위해 현재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는 공장부지 내 1만7000평을 풀어달라는 것과 추가로 5만7000평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같은 요구의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반도체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절박한 사정이 깔려 있다.
실제 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공장을 합쳐 300mm웨이퍼 라인을 한 개만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인피니언(독일) 등이 이미 전체 반도체 라인의 50%가량을 300mm웨이퍼 라인으로 바꾼 것과 비교된다.
300mm웨이퍼 라인의 생산성이 200mm웨이퍼라인에 비해 2.5배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300mm라인을 추가 확보 못하면 앞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게 하이닉스의 하소연이다.
또 새 공장의 후보지로는 R&D(연구개발)센터와 D램 라인 등의 생산체제를 갖춘 이천공장이 최적의 입지라는 주장이다.
○정부,"수도권 규제 틀이 흔들린다"
정부는 그러나 이천공장이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984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전 지역을 성장관리권역,과밀억제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공장 설립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다른 두 권역과 달리 자연보전권역은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공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의 공장 증설을 허용할 경우 수도권정비계획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또 자연보전권역만큼이나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은 이천공장이 '상수도보호권역'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천 일대는 수질환경보전법에 지정된 '상수도 보호구역 2권역'이다.
현행법상 이 지역에서는 구리 납 수은 비소 등 19종의 중금속을 사용하는 시설 설립이 전면 금지된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인 50나노(nano)급 첨단 공정에 구리가 쓰인다는 것.보통 반도체 업계에서 70나노 이상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는 알루미늄을 사용해도 되지만 5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해서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내년 이후 지을 300mm웨이퍼 신규라인에 구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의 구리 허용치는 1ppm인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0.05ppm까지 줄일 수 있다"며 "충분한 사전대비만 한다면 환경오염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되풀이되는 규제도 문제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수도권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데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천공장이 지어진 것은 1983년 2월,당시만 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닌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공장 증설이 허용됐다.
그러나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발효된 이후 하이닉스는 이천공장에 딱 한번 증설 허가를 받아냈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수질환경보전법에 의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임에 따라 추가부지 확보도 불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천에 M7라인을 증설한 것이 지난 10년 동안 하이닉스가 할 수 있었던 신규 투자의 전부다.
당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증가율이 1.3% 미만인 지역에만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다"고 규정해 하이닉스 투자의 발목을 잡았으나 통상산업부가 이 규정을 바꿔 증설이 가능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수도권 균형발전과 자연보전권역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10년간 기업투자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를 여전히 고수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정부는 수도권 내 공장 설립을 요청한 8건 가운데 4건 정도는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허용되는 4건은 지방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작은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핵심 쟁점이라는 부분에서 정부의 최종 결론에 산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기업의 투자 확대와 해외 탈출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201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라인 3개를 짓고,이를 통해 6000명가량의 고용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하이닉스 이천공장이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속해 있고 지역균형발전 논리상 증설을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20년 넘은 논란이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을 가로막는 수도권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왜 증설 요청했나
하이닉스가 이번에 정부에 요청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다.
2010년까지 300mm웨이퍼 라인 3개를 짓기 위해 현재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는 공장부지 내 1만7000평을 풀어달라는 것과 추가로 5만7000평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같은 요구의 배경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반도체 업체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절박한 사정이 깔려 있다.
실제 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공장을 합쳐 300mm웨이퍼 라인을 한 개만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인피니언(독일) 등이 이미 전체 반도체 라인의 50%가량을 300mm웨이퍼 라인으로 바꾼 것과 비교된다.
300mm웨이퍼 라인의 생산성이 200mm웨이퍼라인에 비해 2.5배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300mm라인을 추가 확보 못하면 앞으로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게 하이닉스의 하소연이다.
또 새 공장의 후보지로는 R&D(연구개발)센터와 D램 라인 등의 생산체제를 갖춘 이천공장이 최적의 입지라는 주장이다.
○정부,"수도권 규제 틀이 흔들린다"
정부는 그러나 이천공장이 '자연보전권역'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1984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전 지역을 성장관리권역,과밀억제권역,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공장 설립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다른 두 권역과 달리 자연보전권역은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공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하이닉스의 공장 증설을 허용할 경우 수도권정비계획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또 자연보전권역만큼이나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은 이천공장이 '상수도보호권역'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천 일대는 수질환경보전법에 지정된 '상수도 보호구역 2권역'이다.
현행법상 이 지역에서는 구리 납 수은 비소 등 19종의 중금속을 사용하는 시설 설립이 전면 금지된다.
문제는 하이닉스가 내년 이후 도입할 예정인 50나노(nano)급 첨단 공정에 구리가 쓰인다는 것.보통 반도체 업계에서 70나노 이상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는 알루미늄을 사용해도 되지만 5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위해서는 전도율이 높은 구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이닉스는 내년 이후 지을 300mm웨이퍼 신규라인에 구리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의 구리 허용치는 1ppm인데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0.05ppm까지 줄일 수 있다"며 "충분한 사전대비만 한다면 환경오염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되풀이되는 규제도 문제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수도권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는 데 있다.
하이닉스 이천공장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천공장이 지어진 것은 1983년 2월,당시만 해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아닌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공장 증설이 허용됐다.
그러나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발효된 이후 하이닉스는 이천공장에 딱 한번 증설 허가를 받아냈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수질환경보전법에 의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임에 따라 추가부지 확보도 불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천에 M7라인을 증설한 것이 지난 10년 동안 하이닉스가 할 수 있었던 신규 투자의 전부다.
당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증가율이 1.3% 미만인 지역에만 공장 신증설이 가능하다"고 규정해 하이닉스 투자의 발목을 잡았으나 통상산업부가 이 규정을 바꿔 증설이 가능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수도권 균형발전과 자연보전권역 등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10년간 기업투자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규제를 여전히 고수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